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브라이언 헤어·버네사 우즈 지음/이민아 옮김
디플롯/396쪽/2만 2000원
인간은 다른 영장류와 달리 눈의 공막이 유일하게 하얗다. 그래서 시선을 조금만 돌려도 무엇을 보는지 바로 알아차릴 수 있다. 우리의 눈이 협력적 의사소통을 위해 설계됐음을 보여 주는 사례다(사진).
디플롯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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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다른 영장류와 달리 눈의 공막이 유일하게 하얗다. 그래서 시선을 조금만 돌려도 무엇을 보는지 바로 알아차릴 수 있다. 우리의 눈이 협력적 의사소통을 위해 설계됐음을 보여 주는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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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 위기에 처한 늑대와 달리 인간과 함께 번성하고 있는 개가 대표적인 예다. 저자들은 한쪽에만 먹이를 숨긴 컵 두 개를 놓고 손짓으로 먹이가 든 컵을 가리킨 뒤 동물의 반응을 살폈다. 동물이 인간 손짓의 의미를 이해하는지를 알아보는 실험이다. 개보다 지능이 높은 침팬지는 이상하게도 이 실험에서 계속 실패했다. 그러나 개는 사람이 가리키는 곳으로 빠르게 달려가 먹이를 찾아냈다.
당연히 이런 손짓과 몸짓의 뜻을 가장 잘 이해하는 종이 바로 인간이다. 특히, 아기는 걸음마를 떼기 전부터 부모와 눈을 마주치고 손짓과 몸짓의 의도를 파악한다. 타인과 마음으로 소통함으로써, 우리 종은 감정반응을 조절하고 자기통제력을 갖추며 생존에 유리하게 진화한 것이다.
이런 친절함은 반대로 잔인성과 연결돼 있다고 지적한다. 협력적인 의사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것도, 남을 해하는 일도 같은 뇌 부위에서 판단을 내린다. 우리 편이 아니라 남의 편이 되어 버리면, 무리의 생존을 위해 타인을 배척하는 강도 역시 심해진다는 것이다. 다정함, 협력, 의사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우리 종 고유의 신경 메커니즘이 닫힐 때, 우리는 잔인한 악행을 저지를 수 있다. 전쟁이나 각종 테러, 그리고 인종에 대한 혐오 등이 이런 사례다.
저자들은 그래서 인간이 극대화한 강점인 다정함을 어떻게 늘려 나갈 수 있을지 신경 써야 한다고 강조한다. 저자들이 책을 쓰던 중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됐고, 뒷부분 내용도 이에 따라 상당수 바뀌고 추가됐다. 인간의 진화를 설명하는 자연과학 서적에 그치지 않고 사회과학과 인문까지 두루 짚어 낸 책이 된 이유다.
인간은 다른 영장류와 달리 눈의 공막이 유일하게 하얗다. 그래서 시선을 조금만 돌려도 무엇을 보는지 바로 알아차릴 수 있다. 우리의 눈이 협력적 의사소통을 위해 설계됐음을 보여 주는 사례다. 브라이언 헤어(오른쪽) 듀크대 진화인류학 교수와 버네사 우즈 연구원은 인간의 가장 큰 장점이 바로 이런 협력적 의사소통이라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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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바람과 함께 정치권에서 이전투구 진흙탕 싸움이 치열하다. 상대방을 깎아내리고 헐뜯으며 자신을 높이려는 정치인들은 끝까지 살아남을 수 있을까. 누구보다 한국의 정치인들이 우선 읽어 봤으면 좋겠다.
2021-07-30 21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