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직했다는 이유로 테러당해 실명한 아프간 여성 경찰
직업을 가졌다는 이유로 아버지의 사주를 받은 탈레반 괴한들로부터 두 눈을 공격받아 실명하게 된 아프가니스탄 여성 카테라(33). 카테라는 경찰이 된 지 3개월 만에 끔찍한 범죄 피해를 입고 현재 치료를 받고 있다. 사진은 지난 10월 12일 수도 카불에서 인터뷰하는 모습. 2020.11.11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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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취직한 지 3개월 만에 두 눈 실명아프가니스탄에서 한 여성이 취직했다는 이유만으로 두 눈을 공격당해 실명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아프가니스탄 내 여성 인권의 처참한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사건이다.
11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아프가니스탄 가즈니주 경찰인 카테라(33·여)는 경찰서에서 나와 퇴근하던 중 오토바이에 탄 남성 3명으로부터 공격을 당했다.
남성들은 카테라에게 총을 쏘고 두 눈을 흉기로 찌른 뒤 달아났다.
병원에서 깨어난 카테라는 더 이상 앞을 볼 수 없다는 사실에 절망했다.
카테라는 자신을 해친 남성들이 무장반군 조직 탈레반이라고 추정했다. 그리고 그 뒤에 아버지가 있다고 믿었다.
취직했다는 이유로 테러당해 실명한 아프간 여성 경찰
직업을 가졌다는 이유로 아버지의 사주를 받은 탈레반 괴한들로부터 두 눈을 공격받아 실명하게 된 아프가니스탄 여성 카테라(33). 카테라는 경찰이 된 지 3개월 만에 끔찍한 범죄 피해를 입고 현재 치료를 받고 있다. 사진은 지난 10월 12일 수도 카불에서 인터뷰하는 모습. 2020.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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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탈레반은 이번 사건과 관련이 없다며 부인하고 있다.
어릴 적부터 직업을 갖고 일하기를 꿈꿨던 카테라는 아버지의 계속된 반대에도 꿈을 버리지 않았고, 남편의 응원과 지지 속에서 석달 전 경찰이 됐다.
카테라는 “경찰이 된 뒤 화가 난 아버지가 여러 차례 일하는 곳에 찾아왔고, 탈레반을 찾아가 내 경찰 신분증을 건네주며 내가 일하지 못하게 해달라고 부탁했다”면서 “공격당한 날에도 아버지는 계속해서 내 위치를 물었다”고 말했다.
가즈니 경찰은 카테라의 아버지를 체포하고, 이번 사건이 탈레반의 소행으로 추정된다고 발표했다.
더욱 서글픈 것은 어머니를 포함한 가족들이 모두 카테라를 위로하기는커녕 비난하고 있다는 점이다.
취직했다는 이유로 테러당해 실명한 아프간 여성 경찰
직업을 가졌다는 이유로 아버지의 사주를 받은 탈레반 괴한들로부터 두 눈을 공격받아 실명하게 된 아프가니스탄 여성 카테라(33). 카테라는 경찰이 된 지 3개월 만에 끔찍한 범죄 피해를 입고 현재 치료를 받고 있다. 사진은 지난 10월 12일 수도 카불에서 인터뷰하는 모습. 2020.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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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테라는 “최소한 1년은 경찰에 복무하고 나서 이런 일을 당했더라면 좋았을 텐데, 너무 빨리 그만두게 됐다”면서 “내 꿈을 이룬 기간이 겨우 석 달에 그치고 말았다”며 슬퍼했다.
이어 “가능하다면 시력을 일부라도 회복하고 경찰로 돌아가고 싶다”면서 “돈도 벌어야하지만, 무엇보다 직업을 갖고 싶은 열정이 내 안에 남아 있다”고 강조했다.
아프간의 여성 인권은 이슬람 샤리아법(종교법)에 따른 국가 건설을 주장하는 탈레반이 집권하면서 크게 망가졌다.
취직했다는 이유로 테러당해 실명한 아프간 여성 경찰
직업을 가졌다는 이유로 아버지의 사주를 받은 탈레반 괴한들로부터 두 눈을 공격받아 실명하게 된 아프가니스탄 여성 카테라(33). 카테라는 경찰이 된 지 3개월 만에 끔찍한 범죄 피해를 입고 현재 치료를 받고 있다. 사진은 지난 10월 12일 수도 카불에서 인터뷰하는 모습. 2020.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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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에서 여성들은 지금도 본명 대신 ‘○○의 어머니’ 또는 ‘○○의 딸’ 등 남성 중심의 가족관계 호칭으로 불리는 것이 다반사다. 공문서 등 각종 서류는 물론 자신의 묘비에도 이름이 없는 경우가 흔하다.
이 때문에 아프간 정부와 탈레반이 전쟁 종식을 위한 평화협상을 진행하는 것에 대해 수많은 아프간 여성들이 과거 탈레반 시절 수준으로 여성 인권이 퇴보할까봐 두려워하고 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