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 처절“...미국 의사가 전한 뉴욕 코로나19 참상

“응급실 처절“...미국 의사가 전한 뉴욕 코로나19 참상

이기철 기자
이기철 기자
입력 2020-03-27 16:09
수정 2020-03-27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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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진자가 미국 뉴욕시 브루클린에서 한 의료인이 건설자재 판매점인 세이프티 킹에서 장갑과 마스크를 사고 있다. 뉴욕 로이터 연합뉴스
코로나19 확진자가 미국 뉴욕시 브루클린에서 한 의료인이 건설자재 판매점인 세이프티 킹에서 장갑과 마스크를 사고 있다.
뉴욕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이 코로나19 확진자가 하루 만에 1만 7000여명이 급증해 이탈리아와 중국을 제치고 26일(현지시간) 선두가 됐다. 지난 1월 21일 첫 환자가 발생한 지 두 달 여 만에 코로나19 중심지라는 오명을 쓰게 됐다. 미국의 확진자가 급증한 것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초기 안이한 판단과 당국의 미흡한 대응 탓으로 지적된다.

전세계 코로나19 현황을 집계하는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한국시간으로 27일 오전 11시30분 기준 현재 미국 확진자 수는 전날보다 1만 7179명 늘어난 8만 5390명을 기록하고 있다. 3억 2800만명인 인구를 감안하면 4010명당 한명꼴로 환자가 발생했다. 이는 14억이 넘는 중국 확진자 8만여명을 고려하면 1만 7500여명당 한명꼴이라고 CNN이 분석했다. 이날 미국 누적 사망자는 1295명으로, 전날보다 268명이 늘어났다.
텅… 인적 끊긴 뉴욕 42번가 거리
텅… 인적 끊긴 뉴욕 42번가 거리 코로나19의 확산을 차단하고자 각국이 최근 도시 봉쇄령을 내리면서 주요 도로가 차량으로 붐볐던 평소와는 달리 적막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은 25일(현지시간) 평소 차량과 사람들로 가득했던 미국 뉴욕 42번가의 야경에서도 인적을 찾을 수 없다.
뉴욕 EPA 연합뉴스
특히 뉴욕주에서 확진자 수가 3만 8977명으로 가장 피해가 크다. 전날보다 6000명이 넘게 증가했다. 뉴욕주 사망자 수는 전날보다 100명 늘어 466명으로 집계됐다. 뉴욕시에선 사망자들을 안치하는 영안실 수용 능력이 한계치를 앞둔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시의 한 의사는 “뉴욕에서 마치 제3세계 국가에서 벌어질 법한 시나리오가 일어나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CNN이 이날 보도했다. 익명을 요구한 이 의사는 “약 2주 전 첫 코로나19 양성 환자를 받은 뒤 지옥문이 열렸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환자가 급증에 대한 준비돼 있지 않았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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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현지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뉴캐슬에 있는 한 총포상에서 총기를 사려는 한 여성(오른쪽)이 서류를 작성하고 있다. 총포상은 약국이나 편의점 같은 필수적인 영업장이 아니어서 매장 폐쇄 명령을 받았다. 뉴캐슬 AP 연합뉴스
25일(현지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뉴캐슬에 있는 한 총포상에서 총기를 사려는 한 여성(오른쪽)이 서류를 작성하고 있다. 총포상은 약국이나 편의점 같은 필수적인 영업장이 아니어서 매장 폐쇄 명령을 받았다. 뉴캐슬 AP 연합뉴스
중증의 환자는 많은데 이들에게 제공할 인공호흡기가 턱없이 부족하다. 이 의사는 “인공호흡기도 없고 침상도 없다”고 말했다. 뉴욕 장로회·컬럼비아대학 의료센터의 응급의료 국장 크레이그 스펜서는 “우리가 지금 응급실에서 보는 현실은 처절하다”며 “지난주에는 1∼2명의 코로나19 환자가 있었는데 어제 근무 때는 내가 본 환자 거의 모두가 코로나19 환자였다”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뉴욕 맨해튼에 위치한 뉴욕 프레스비테리언-컬럼비아대병원은 인공호흡기 한대를 환자 두 명이 나눠쓰고 있다. 뉴욕시의 마운틴시나이병원 역시 인공호흡기 공유를 검토하고 있다. 절대적인 장비 부족에 미식품의약국(FDA)은 여러 명이 쓸 수 있도록 인공호흡기를 개조하는 것을 허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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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받는 트럼프
질문 받는 트럼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백악관 브리핑룸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관련 기자회견에서 대규모 재정정책을 발표한 뒤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워싱턴 UPI 연합뉴스
미국의 확진자 급증은 뉴욕 등에서 지역사회 전파가 빠르게 이뤄지는 가운데 초기 대응 부족이라는 지적이 많다. 트럼프 대통령은 1월 말에 “모든 게 잘 될 것”이라고 낙관했고, 지난달 말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독감 사망자가 수만명에 이른다”며 코로나19 위험성을 평가절하했다. 그러나 이후 확진자가 급증하고 발생 지역도 확산하자 태도가 돌변, 백악관 태스크포스(T/F)를 설치하는 등 총력 대응 체제로 전환했다.

보건 당국의 검사 역량도, 초기 적극적인 검사를 하지 않은 것도 진압 실패에 한몫했다. 환자가 계속 빠르게 늘었지만, 진단 장비가 부족해 검사를 제때 못한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병원을 찾아도 검사를 받지 못하고 발길을 돌리는 사례 또한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는 검사 대상과 기준을 까다롭게 적용한 탓이 크다. 사태 초기만 해도 중국을 방문한 적이 있거나 감염자와 접촉한 적이 있는 사람만 검사를 받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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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현지시간) 미국 벤실페이니아주 뉴캐슬에 있는 한 총포상에는 실탄 공급 제한으로 구매자당 한 상자만 판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총포상은 생활에 필수적인 영업장이 아니어서 매장 폐쇄 지시가 내려졌다. 뉴캐슬 AP 연합뉴스
25일(현지시간) 미국 벤실페이니아주 뉴캐슬에 있는 한 총포상에는 실탄 공급 제한으로 구매자당 한 상자만 판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총포상은 생활에 필수적인 영업장이 아니어서 매장 폐쇄 지시가 내려졌다. 뉴캐슬 AP 연합뉴스
특히 고비용으로 제대로 검사를 받기 어렵다는 점도 사태 악화를 부채질했다. 세계 최첨단이라는 미국 의료 기술에도 불고 의료제도 자체가 도마에 오르게 됐다. 사태 초기 코로나19 검사비가 2000달러(240만원)∼3000달러(360만원)대에 이른다며 비싼 검사비를 성토하는 목소리가 줄을 이었다. 전염병 검진비는 보험의 보장 대상이 아니어서 생긴 문제였다.

환자가 급증하는 가운데 ‘통계 오류’ 가능성도 제기된다. 워싱턴포스트는 독감이나 다른 질병으로 잘못 진단된 사망자, 검사를 받지 않은 사망자 등이 있을 수 있다며 “많은 사망자가 집계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뉴욕타임스도 ‘숨은 감염자’가 실제 확진자의 11배에 달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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