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의 수가 하나라는 편견을 버린다면…

우주의 수가 하나라는 편견을 버린다면…

입력 2011-05-21 00:00
수정 2011-05-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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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풍경】 레너드 서스킨드 지음 사이언스북스 펴냄

우주엔 끝이 있을까. 끝이 있다면, 그 끝 너머로 던진 돌은 어디로 갈까. 물질을 무한히 쪼개면 무엇이 남을까. 답을 알 수 없으니 물을수록 답답해진다.

범위를 조금 좁혀 보자. 우주에 생명이 존재하는 이유는 뭘까. 아주 오랫동안 과학자들의 머리를 지끈거리게 만든 주제다.

우주에 생명이 태어날 수 있었던 데는 어떤 조정이 필요한 것처럼 보였다. 중력의 세기부터, 우주 팽창의 속도, 전자와 전자가 서로 끌어당기는 힘의 세기 등 수많은 조건들이 아주 극미하게 조정되어야만 생명과 인류가 탄생할 수 있으니 말이다.

물리학자들은 이를 우연, 혹은 행운이라고만 받아들였다. 바로 이 지점, 과학자들이 설명을 멈춘 이 틈을 창조론자(인격신이 우주를 창조했다고 믿는 이)들과 지적 설계론자(어떤 지적 존재가 우주를 설계했다고 믿는 이)들이 파고든다.

‘우주의 풍경’(레너드 서스킨드 지음, 김낙우 옮김, 사이언스 북스 펴냄)은 바로 이 지점에서 과학자들이 멈춰 설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다. 우주가 인류에게 특별히 호의적인 것처럼 보이는 이유를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기 때문이란 것.

저자는 생명 탄생의 수수께끼를 풀 유일한 희망은 ‘끈 이론’(string theory)이라고 본다. 저자 스스로 창시자이기도 한 끈이론은 우주를 구성하고 있는 최소 단위가 점 같은 입자가 아니라 끊임없이 진동하는, 매우 가느다란 끈이라는 논리를 편다.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이 틀렸음을 지적하고, 지난 50년 동안 과학계를 지배했던 빅뱅 이론을 부정하며, 전혀 다른 개념의 우주론을 제시하는 혁명적인 이론으로 평가받고 있다.

저자는 끈 이론을 토대로 ‘풍경’(landscape)과 ‘메가버스’(megaverse) 개념을 끄집어 낸다. ‘풍경’은 물리법칙이 가질 수 있는 모든 가능성들이 펼쳐진 공간. ‘풍경’의 위치에 따라 우리가 아는 물리법칙들이 다 달라질 수 있다.

‘메가버스’는 우주(유니버스·universe)를 대체하기 위해 고안해 낸 개념이다. 영어에서 ‘유니버스’는 복수형이 존재하지 않는 명사다. 존재하는 모든 것을 이미 포함하고 있는 우주가 여러 개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 대목에서 “한 가지 우주가 있다는 생각 자체를 바꿔야 한다.”고 일갈한다. “수학적으로 모순이 없고, 우아하고 유일한 우주의 수는 하나가 아니라 10의 500제곱”이라는 것. 그 세계가 바로 메가버스다.

저자는 문명 탄생 이후 인류의 우주관을 지배해 온 ‘단 하나의 우주’라는 패러다임을 이제 바꾸자고 주장한다. 그리고 그 자리를 광대한 우주의 풍경, 즉 무한한 종류의 우주가 무한 번 출현하는 메가버스로 채우자고 요구하고 있다. 2만 5000원.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2011-05-21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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