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지자체 화상병 예방 총력전. 드론도 투입. 지난해 507농가 피해
충북도 농업기술원 직원들이 과수화상병 감염나무를 찾기위해 과수원에서 예찰활동을 벌이고 있다. 충북도 농업기술원 제공.
충북지역 자치단체들이 과수화상병 차단을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최근 2년간 도내 농가들이 과수화상병 때문에 악몽같은 시간을 보냈기 때문이다.
충북도 농업기술원은 오는 12일부터 시군별로 과수화상병 차단 가상훈련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10일 밝혔다. 이번 훈련은 시군에서 과수화상병이 발생했다고 가정하고 이후 절차를 이행하는 방식이다. 병 발생신고, 시료채취, 통제선설치 등 현장대응과 손실보상금 지급 서류 작성까지 실제와 같은 순서대로 훈련이 실시된다.
농업기술원 관계자는 “구제역 등 가축질병 예방을 위한 가상훈련은 있었지만 충북에서 농작물을 대상으로 한 가상훈련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충북지역에서 가장 큰 과수화상병 피해를 본 충주시 대응은 코로나19 방역을 연상케할정도다.
시는 지난 9일부터 오는 12일까지 사과·배 재배 모든 농가(1698호, 1447.8ha)를 대상으로 선제적인 전수검사를 실시한다. 이번 조치는 화상병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감염된 나무를 미리 찾아내 매몰을 실시하는 것이다. 전수검사는 농장주가 과원에서 의심되는 나무 5주를 선정해 한 가지씩 30~40cm를 절단한 뒤 시료 봉투에 밀봉해 읍면동에 제출하면 된다.
시료는 접수 당일 담당 부서로 송부돼 병원균 감염 여부가 확인된다. 검사 결과 양성이면 식물방제관이 직접 해당 과원 시료를 채취해 보균 여부를 재확인한 뒤 시료를 농촌진흥청으로 보내 정밀진단을 실시한다.
농촌진흥청 검사에서 최종 확진되면 해당 과원은 매몰조치된다. 음성일 경우 특별관리 과원으로 지정돼 집중 예찰이 진행된다.
시 관계자는 “코로나 대응 수준에 준하는 자세로 과수화상병 차단에 나서고 있다”며 “농정국, 농업기술센터, 읍면동의 모든 관계 공무원을 총동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드론도 투입된다. 시는 지난 8일부터 오는 18일까지 산척면, 앙성면, 동량면, 엄정면, 소태면, 안림동 등 6개 지역 658.2ha를 대상으로 드론 공동방제를 실시한다. 기존 과수화상병 방제는 고속분무기를 활용한 지상 방제로 이뤄졌다.
시는 사전 방제조치, 약제방제 이행 행정명령 등 행정조치 사항을 위반하거나, 방해 또는 은폐하는 농가에 대해 무관용 원칙을 적용,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 손실보상금 경감 또는 미지급, 농업 관련 보조사업 제한 등의 불이익을 주기로 했다.
단양군은 1억 5000만원을 투입해 사과·배 등 재배농가 316곳에 과수화상병 예방 방제약제를 무상 공급했다. 방제약제를 살포한 농가는 약제봉지와 방제확인서를 작성해 보관해야 한다.
과수화상병에 감염된 나무. 충북도 농업기술원 제공.
지난해 도내에선 충주 348농가, 제천 139농가 등 총 507농가에서 과수화상병이 발생해 281㏊가 쑥대밭이 됐다. 전국에서 가장 큰 피해였다. 도내 농가에 지급된 보상금은 581억원에 달한다. 2019년 피해도 만만치 않았다. 충주 76농가, 진천 62농가 등 총 145농가에서 과수화상병이 발생해 88.9㏊가 매몰됐다. 2년 연속 과수화상병이 충북지역을 강타하자 충주시는 화상병으로 상처입은 농업인들의 심리회복 교육도 추진키로 했다.
농가들이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것은 아직도 발생원인이 밝혀지지 않은데다, 뚜렷한 치료제도 없기 때문이다. 현재로선 예방약제를 뿌리는 게 최선이다. 하지만 나무에 균이 잠복해있다면 이 방법도 큰 효과를 보지 못한다. 발생 농가는 과수원 내 감염 나무가 5% 이상이면 나무를 뿌리째 뽑아 묻고 전체가 폐원된다. 폐원된 과수원은 3년간 과수 농사를 짓지 못한다.
과수화상병은 주로 사과나 배 등에서 발생한다. 감염되면 잎과 꽃, 가지, 줄기, 과일 등이 마치 불에 탄 것처럼 붉은 갈색 또는 검은색으로 변하며 말라 죽는다. 나무에 잠복된 균이 적정 기후를 만나 발현되거나, 균이 비바람, 벌, 전정가위 등을 통해 번지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청주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