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인생은 지식의 축적으로 만들어진다

모든 인생은 지식의 축적으로 만들어진다

김기중 기자
김기중 기자
입력 2024-09-06 00:02
수정 2024-09-06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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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의 탄생/사이먼 윈체스터 지음/신동숙 옮김/인플루엔셜/548쪽/2만 9800원

발전 원동력 지식, 배움 통해 전수
정보 수집·보관·전달의 진화 소개

걸프전쟁 등 지식 왜곡·오용 지적
역사 속 ‘지혜’ 필요한 순간 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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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벵갈루루의 가장 빈곤한 곳에 설립한 파리크르마 학교 학생들. 고대 때부터 지식은 주로 학교 교육을 통해 전달됐다.  인플루엔셜 제공
인도 벵갈루루의 가장 빈곤한 곳에 설립한 파리크르마 학교 학생들. 고대 때부터 지식은 주로 학교 교육을 통해 전달됐다.
인플루엔셜 제공


원하는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는 시대다. 궁금한 것이 있으면 포털 검색창에 단어 몇 개만 넣으면 된다. 챗GPT 같은 생성형 인공지능(AI)이 알아서 척척 정리해 주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정보들이 우리 머릿속에 모두 저장되지는 않는다. 넘쳐나는 정보가 지식이 되는 건 또 다른 문제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살고 있는 우리에게 저자가 고대부터 내려온 지식이란 무엇인지 알려 준다. 정보와 지식의 차이는 무엇이며, 어떤 방식으로 지식이 전수되고 어떻게 왜곡되는지 그리고 수천년간 지식의 전달 수단은 어떻게 진화했는지를 소개한다.

저자는 지식에 대한 정의를 고대 그리스 철학자 플라톤의 ‘대화’에 언급된 ‘정당화된 참된 믿음’에서 찾는다. 소크라테스와 수학자 테아이테토스의 대화에서 나온 이 개념은 인식론의 밑바탕이 됐다.

지식은 배움을 통해 전수되고 발전의 원동력이 된다. 2003년 인도 중남부 도시 벵갈루루에서 중년 여성 슈클라 보스가 빈민 지역에 학교를 세워 아이들을 무료로 가르친 사례가 대표적이다. 학교에 다닌 아이들은 스펀지처럼 지식을 흡수했고 자기 부모와 가정을 변화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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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 연쇄반응의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원자폭탄 개발의 실마리를 제공한 헝가리 물리학자 레오 실라르드(오른쪽)가 아인슈타인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실라르드는 원자폭탄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지만, 미국은 이러한 조언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지식의 탄생’은 지식이 오용되지 않도록 지혜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인플루엔셜 제공
핵 연쇄반응의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원자폭탄 개발의 실마리를 제공한 헝가리 물리학자 레오 실라르드(오른쪽)가 아인슈타인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실라르드는 원자폭탄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지만, 미국은 이러한 조언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지식의 탄생’은 지식이 오용되지 않도록 지혜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인플루엔셜 제공


지식을 담는 도구에 대한 역사를 살피는 일도 흥미롭다. 인간은 수많은 정보를 수집하고 보관하고 보호할 방법을 찾았다. 그 결과 책이 탄생하고 이를 보관하는 도서관이 지어졌다. 지식은 무엇보다 강하기에 침략자들은 이를 우선 말살시키는 데 힘을 쏟았다.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파괴한 모술도서관이 그렇고 스리랑카 자프나도서관, 폴란드 국립도서관 등이 비극을 겪은 이유도 마찬가지다.

지식은 때론 왜곡되기도 한다. 이라크를 세계의 적으로 만든 걸프전쟁을 확전시킨 것은 쿠웨이트의 가짜 피해자인 나이라의 증언을 기획한 미국의 힐앤놀턴이라는 홍보 대행사였다. 지크문트 프로이트의 조카 에드워드 버네이스는 삼촌의 지위와 정신분석 이론을 이용, 흡연을 여성해방과 관련지어 큰돈을 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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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은 잘못 사용되기도 한다. 민간인 7만명과 군인 2만명의 목숨을 순식간에 앗아간 원자폭탄이 대표적이다. 헝가리의 물리학자 레오 실라르드가 1933년의 어느 날 핵분열 연쇄반응 아이디어를 떠올린 이후부터 1945년 8월 6일 일본 히로시마에 투하되기까지 저자는 폭력을 멈출 수 있는 순간이 여러 번 있었다고 강조한다. 당시는 지식이 아닌 ‘지혜’가 필요한 순간이었다고 꼬집는다.

지식의 탄생 이후 지금까지의 역사를 여러 구체적인 사례로 제시한 저자는 “앞으로는 지식마저 머릿속에 담아 둘 필요가 없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예고했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우리가 실제 ‘아는 것’뿐만 아니라 온전한 인간이 되기 위해 ‘알아야 하는’ 것까지 알게 될지도 모른다”고 밝힌 저자는 지식을 넘어 지혜를 찾는 일이 중요하다고 다시금 강조한다.
2024-09-06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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