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권 “일반화된 관행” VS 평론가 “공개 안 했으면 문제”
가수 겸 화가 조영남 씨가 대작 논란에 대해 “미술계의 관행”이라고 주장하고 나서 이를 놓고 미술계 내부에서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조 씨는 17일 일부 언론에 보도된 인터뷰에서 국내외 작가들이 대부분 조수를 두고 작품활동을 하며 이는 미술계의 관행이라고 강변했다.
문화비평가인 진중권 동양대 교수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작가는 콘셉트만 제공하고 물리적 실행은 다른 이에게 맡기는 게 꽤 일반화된 관행”이라고 조 씨 측의 주장에 힘을 싣는 듯한 글을 올리면서 시비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진 씨는 자신의 트위터에 ‘핵심은 콘셉트이다. 작품의 콘셉트를 누가 제공했느냐다. 그것을 제공한 사람이 조영남이라면 별문제 없는 것이고 그 콘셉트마저 다른 이가 제공한 것이라면 대작’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러나 이에 대해 미술계 의견은 엇갈리는 상황이다.
일부는 조 씨 측 주장처럼 문하생을 두고 작품에 도움을 받거나 협업 형태로 다른 작가와 함께 작품을 하는 사례가 있다는 측면에서 관행이라고 볼 수 있다는 견해를 내놨다.
전시기획자인 양정무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교수는 “관행이라는 말이 틀린 얘기는 아니다. 심지어 이를 콘셉트로 삼는 작가도 있다”고 말했다.
양 교수는 “세계적인 작가인 데미언 허스트는 모작을 사들여 그 위에 자신이 다시 사인을 해 팔기도 했다”면서 “다만 이런 행위를 어느 정도 오픈시켰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양 교수는 이어 “사람들이 조 씨의 그림을 구매한 것은 조 씨가 그렸기 때문이지 조 씨의 콘셉트를 산 것은 아니다”라며 “좀 더 사실 관계를 따져봐야 할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미술평론가 변종필 씨도 “대작한 작가와 사전에 합의가 있었고 이를 외부에도 공개했다면 문제가 없지만 그렇지 않다면 충분히 문제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변 씨는 “예술작업은 아이디어만 갖고는 될 수 없다. 그것을 실현하는 예술적 기술이 필요하다. 만약에 자신이 그 기술이 없어 다른 사람의 힘을 빌렸다면 협업이라고 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