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국면 지난만큼 장기적 국익 생각할 수도”
21일 일본 참의원 선거에서 연립 여당이 대승을 거둬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장기 집권 토대가 마련된 데 대해 중국 측은 예상된 결과를 담담하게 받아들이면서도, 달갑지는 않다는 분위기다.중국에서는 향후 3년간의 아베 집권기에는 중일 관계가 험로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중일 관계는 간 나오토(菅直人) 전 총리 시절인 작년 9월 일본이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의 일부 섬에 대한 국유화 조치를 단행한 것을 계기로 악화하기 시작했다.
올해 1월 강경 우익 성향의 아베가 총리에 오르고 나서 중일 관계는 회복 기미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더욱 나빠졌다.
센카쿠 영유권 분쟁에 국한되던 양국 간 갈등은 아베 본인의 대외 침략 부인 발언, 일본 각료들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등으로 인해 일본의 과거사 인식에 관한 문제로까지 번졌다.
게다가 중국에서는 아베 총리가 일본 안팎에 중국 위협론을 퍼뜨리면서 노골적으로 자국을 억누르려 한다는 불만도 팽배하다.
실제로 아베 총리는 중국 포위망 구축에 시동을 걸었다는 평가다.
그는 취임 직후 남중국해 도서 영유권 분쟁으로 중국과 긴장 관계에 있는 베트남을 포함, 동남아 3국 순방에 나서 중국을 자극했다.
여기에 더해 자유와 민주주의, 인권이라는 가치관을 공유하는 국가들과 연대를 강화해 중국을 견제한다는 ‘가치관 외교’를 강조하면서 인도, 호주, 미국 하와이를 축으로 한 ‘다이아몬드 안보 구상’이란 것도 제시했다.
아베 총리는 또한 센카쿠 열도 분쟁과 관련해 중국이 ‘제3자’로 규정하는 미국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이는 전략을 구사, 중국의 반발을 샀다.
중국은 이에 맞서 올해 초부터 일본과의 각종 정부 및 민간 차원의 교류를 거의 끊어버린 상태다.
중국은 일본의 대 중국 정책 변화를 이끌어내려고 센카쿠 영해에 수시로 해양감시선 등 관공선을 들여보내고 오키나와 등 일본 근해에 해군 함대를 보내 사실상의 무력시위를 벌이는 등의 강경 압박책도 병행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아베 총리의 집권기에는 중일 관계가 개선되기가 쉽지 않을 것일라는 비관론이 강한 분위기다.
오사카 총영사를 지낸 왕타이핑(王泰平) 중국국제문제연구소 특임연구원은 22일 중국신문사와 인터뷰에서 “아베 정권의 대중 강경 태도는 매우 명확하고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왕 연구원은 “일본으로서도 중일 관계를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다”며 “일본이 완전히 중일 관계를 내버려둘 수만은 없는 만큼 앞으로 그들의 정책 변화 가능성을 관찰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우익 성향 지지층의 결집을 끌어내야 할 선거 국면이 지난 만큼 아베 총리가 일본의 장기적 국익 관점에서 중일 관계 개선을 진지하게 고민하게 될 것이란 지적도 있다.
베이징의 한 외교 소식통은 “중일 관계가 당분간 개선의 계기를 찾기는 쉽지 않겠지만 아베 총리가 선거 승리로 정치적 입지를 공고히 한 것이 중장기적으로 중일 관계 개선의 단초가 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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