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종일관 겉돈 美정치권 ‘마이웨이’ 예산안 협상

시종일관 겉돈 美정치권 ‘마이웨이’ 예산안 협상

입력 2013-10-01 00:00
수정 2013-10-01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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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력 부재 여실히 드러내…향후 협상 난항 불보듯

지난달 20일 공화당이 장악한 미국 하원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건강보험 개혁안(오바마케어) 예산을 깡그리 삭제한 2014회계연도 잠정 예산안을 통과시켜 민주당이 다수 의석인 상원에 넘긴 이래 미국 정치권은 내내 ‘마이웨이’ 행보를 보였다.

이번 예산 협상에서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 공화당 등 정치권은 계속 어떻게든 합의안을 성사시키려는 진정성 있는 언행을 보이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하원이 상원에 잠정 예산안을 넘기자 상원은 일주일이 지난 27일에서야 오바마케어 예산을 복원한 예산안을 가결처리해 하원에 되돌려 보냈다.

이 과정에서 오바마케어 폐기 운동의 선봉인 테드 크루즈(공화·텍사스) 상원의원이 무려 21시간 이상 상원 연단에 서서 나 홀로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 진행 방해)를 벌이기도 했다.

이후 하원은 29일 새벽 오바마케어를 1년 유예하는 쪽으로 내용을 살짝 바꾼 예산안을 또 강행 처리해 상원에 넘겼고 상원은 이를 처리 시한 마지막 날인 30일 오후에서야 거부하고 이전과 똑같은 예산안을 하원에 떠넘겼다.

진지한 협상에 나서기보다 ‘핑퐁 게임’을 벌이는 사이 열흘이라는 시간이 훌쩍 가버린 것이다.

하원은 셧다운이 초읽기에 들어간 30일 밤에도 오바마케어 전면 시행을 1년 늦추는 예산안을 또 가결처리했고 상원은 한 시간도 채 안 돼 즉각 폐기했다.

상·하원 및 양당 지도부는 ‘무정부주의’ ‘사회주의’ ‘극우 보수주의’ 등의 용어를 써가면서 상대방 헐뜯기에만 열을 올렸을 뿐 누구 하나 나서서 중재하려는 시도는 전혀 하지 않아 타협과 협상이라고는 없는 미국 정치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줬다.

지난해 말 재정 절벽(fiscal cliff) 협상에서 조 바이든 부통령이 상원과 하원, 공화당과 민주당을 부지런히 오가면서 타협안 만들기에 분주했던 것과 대조되는 행태다.

오바마 대통령도 적극적으로 협상에 나서거나 대안을 제시하기보다 백악관을 떠나 장외로 나가거나 TV 연설을 통해 “협상은 없다”면서 자신의 업적인 오바마케어를 지키는 데만 급급했다는 지적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는 데드라인이 불과 몇 시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존 베이너(오하이오) 하원의장과 해리 리드(네바다)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 미치 매코널(켄터키)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 낸시 펠로시(캘리포니아) 하원 민주당 원내대표와 잇따라 전화 통화했으나 이미 셧다운이 불가피한 상태였던 점을 고려하면 면피용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하원 공화당 지도부는 30일 오후 12시가 다가오자 상원 민주당 지도부에 협상단 구성이나 긴급회의 개최를 제의하기도 했으나 보기 좋게 거절당했다.

’정치력 부재’를 여실히 드러낸 미국 정치권은 셧다운을 종식하고 국가 부채 한도를 상향조정하는 협상에서도 여전히 미국민에게 답답함을 보여줄 것으로 전망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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