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연방정부 셧다운 한국엔 ‘미풍’…장기화가 문제

美연방정부 셧다운 한국엔 ‘미풍’…장기화가 문제

입력 2013-10-01 00:00
수정 2013-10-01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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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 업무는 정상…관광 분야 타격 불가피, 오래갈 땐 내수위축…한국 경제에 부정적 여파

1일(현지시간) 현실화된 미국 연방정부의 셧다운(부분 업무정지)이 당장 한국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정부가 문을 닫으면서 전반적인 재정씀씀이가 급감할 수밖에 없지만 한국에 영향을 미치는 분야들은 대체로 업무의 연속성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안보 문제에서는 지난 3월 미국 연방 정부가 시퀘스터(sequster·예산 자동 삭감)에 돌입하고 북한의 공격 위협이 고조되는 와중에서도 미국 국방 당국이 동맹인 한국 방어에 투입되는 비용은 줄이지 않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우리나라를 방문 중인 척 헤이글 국방장관은 또 미국 정부의 셧다운이 한국 안보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헤이글 장관은 지난달 28일 서울로 향하는 군용기에서 한 기자 간담회에서 “미국이 예산 감축 등에 집중하는 상황에서 한국 등 동맹에 지속적으로 방어 의무를 확신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사태가 장기화하면 ‘폐쇄’의 폭과 강도가 커질 수밖에 없고 이는 내수위축으로 이어지며 한국 경제에도 서서히 부정적 여파를 끼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 영사업무 정상유지…통관도 차질 없어 = 가장 우려되는 분야는 영사업무다. 과거 유사 사태 때 미국에 입국하려는 우리 국민이 정상적으로 비자를 받지 못한 전례가 있어서다.

가장 마지막으로 정부가 폐쇄됐던 1995년 11월 빌 클린턴 행정부 당시 미국 대사관들은 비자발급 업무를 중단한 바 있다. 당시 미국에 유학을 떠나거나 취업을 하려고 했던 한국 국민은 일시적으로 큰 불편을 겪었다.

그러나 미국 국무부는 이번의 경우 정상적으로 비자발급 업무를 유지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주한 미국 대사관도 정상업무를 계속한다는 입장이다. 작년 10월 지급받을 예정이었던 올해 예산을 지난 3월에야 뒤늦게 받으면서 재정적으로 여력이 생긴 데 따른 것이다.

한 소식통은 “국무부는 통상 복수년도 예산이 할당돼 대다수 부서가 2∼3주간은 거의 정상적으로 근무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 기간이 지나면 이후에도 같은 상황을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한 정확한 예측은 어렵다고 이 소식통은 전했다.

공항·항만을 통한 공산품 통관 또는 농산물·식품 검역에도 큰 차질이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 대부분이 필수요원으로 지정돼 있다는 게 주미 대사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미국 관세청 발표 자료에 따르면 대부분 직원이 ‘핵심 서비스’인 통관, 검역, 공항, 항만 업무에 종사하고 있어 전체 5만9천651명의 직원 중 88%인 5만2천673명이 지속적으로 근무한다.

◇ 관광분야는 적잖은 타격 = 시급하지 않은 분야이지만 관광 쪽은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 전역의 국립공원을 관리하는 직원들은 현재 미국 내무부 국립공원관리국 소속으로, 필수요원이 전체(2만4천여명)의 13%인 3천200여명에 불과하다. 나머지 2만여명은 일시해고가 불가피하고 국립공원의 상당수도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90일 미만으로 관광비자를 받아 미국을 방문하더라도 주요 관광지를 구경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외교소식통들은 “자유의 여신상이나 옐로스톤 국립공원 등과 같은 관광명소들이 문을 닫을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의 명소인 스미스소니언 박물관들과 국립동물원 등도 일시 폐쇄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교포들의 최대 관심사인 영주권 또는 시민권 심사 및 발급업무도 상황에 따라 지연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 장기화 땐 내수위축…한국 경제에 부정적 = 미국 정부폐쇄가 한국 등 아시아 금융시장에 단기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으나 셧다운이 단기간 내 해소되면 시장 정상화에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문제는 정부 셧다운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다. 2주일 이상 공무원들이 급여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되면 내수위축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 경우 한국으로서는 자동차와 가전 등 미국의 내수와 밀접한 수출업종이 일정한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따라 미국에 주재하는 지·상사 관계자들은 이 같은 내수위축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가장 우려되는 시나리오는 셧다운 사태가 2주일을 넘겨 17일 부채한도 증액 협상 시한까지 이어질 경우다. 내수위축이 현실화되며 경제 전반에 암운이 드리워지는 가운데 부채 한도 증액 협상이 실패할 경우 미국 경제에 본격적인 ‘위기’가 찾아올 가능성이 크다. 이는 또 대미수출에 여전히 의존하는 한국 경제에 상당한 부정적 여파를 몰고 올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대사관 관계자는 “미국 정부가 지금까지 7차례에 걸쳐 셧다운을 경험했기 때문에 그 충격파가 크지 않고 시장 참가자들의 대응도 어느 정도 매뉴얼화

돼 있다”며 “다만 사태가 장기화되면 부정적 영향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시장이 더욱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셧다운 자체보다도 부채한도 조정협상이 실패해 미국의 재정이 바닥나는 상황”이라며 “현재로서는 오바마케어를 둘러싼 미국 정치권의 입장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어 어떤 식으로 사태가 전개될지 매우 불확실하다”고 평가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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