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는 햄릿?…시리아 공습 결정 ‘장고’

오바마는 햄릿?…시리아 공습 결정 ‘장고’

입력 2013-08-30 00:00
수정 2013-08-30 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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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동의 난항에 ‘스모킹 건’ 불확실 발빼는 영국…美의회 기류도 심상찮아

당장이라도 시리아 공습 결정을 내릴 것 같았던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다시 ‘고심 모드’로 돌아간 모습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공격 결정에 제동을 거는 변수들이 속속 불거지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주말을 고비로 공습이 개시될 것이란 관측이 서서히 수그러들고 있고, 심지어 공습 자체에 대한 회의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워싱턴 외교가에서는 오바마 대통령을 ‘햄릿형’ 지도자라고 비유하는 목소리들이 나온다. 수차례 회의를 거듭하고 참모들과 난상토론을 벌이지만 정작 결단은 계속 미루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국제법적 근거’ 확보 난항

오바마 대통령이 맞닥뜨린 최대 장애물은 공격에 필요한 ‘국제법적 근거’를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러시아와 중국의 반대 속에서 유엔 안보리의 동의절차가 난항을 겪고 있다. 국제안보문제의 최고 의사결정기구라고 할 수 있는 유엔 안보리 동의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공격 결정에 따른 부담은 고스란히 미국의 몫이 될 가능성이 커보인다.

이에 따라 1999년 코소보 사태 때 유엔 동의 없이 미군이 나토군과 코소보를 공습했던 모델도 거론되고 있지만 나토군이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할 요건이 될지가 불확실히다.

국제법 전문가들은 나토 회원국에 대한 무력사용 또는 그에 준하는 피해가 발생해야 자위권 발동이 가능하지만 시리아 사태의 경우는 이를 적용하기가 쉽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시리아와 인접한 터키 정부도 잘못 개입했다가 역풍을 받을 가능성을 우려해 이를 적극 주장하지 않고 있다.

◇ 우방과의 연대도 약화

미국은 서방의 우방들과 다국적군을 구성해 합동작전을 펴는 시나리오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가장 강력한 우방인 영국의 기세가 크게 꺾이고 있는 분위기다. 노동당을 중심으로 영국 의회가 이라크 공습의 근거와 명분을 추궁하며 제동을 걸고 있어 캐러먼 내각이 군사개입을 머뭇거리고 있다는게 외교가의 관측이다.

노동당의 군사개입 반대는 토니 블레어 총리가 2003년 미국과 함께 이라크 침공에 나선데 따른 반사작용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당시 영국은 미국과 함께 사담 후세인 이라크 정권의 대량살상무기 의혹을 제기, 유엔 조사착수 중 공격을 감행했지만 추후 대량살상무기의 존재를 확인하지 못하고 지금까지도 전쟁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 미국 의회도 제동 흐름

이라크·아프간 두차례 전쟁에 지친데다 빚더미 재정을 서둘러 해결해야 하는 미국 의회 내에서도 군사개입에 부정적인 기류가 강해지고 있다.

하원을 이끄는 존 베이너(공화·오하이오) 하원의장이 28일(현지시간) 군사개입의 근거와 명분을 정확히 제시하라며 백악관에 14개의 질의사항을 담은 공개서한을 보낸 것이 대표적이다.

군사개입에 대한 의회의 사전승인을 요구하는 스콧 리겔(공화·버지니아) 하원의원이 행정부에 보낸 서한에는 하원의 4분의 1 가까운 116명(공화당 98명, 민주당 18명)이 서명했다.

백악관과 국무부, 국방부 등 관계부처는 이날 의회 지도자들과 관련 상임위원장들에 대해 시리아 공습 계획을 브리핑했으나 어느 정도 동의를 얻을지는 미지수다.

◇ ‘스모킹 건’ 논란

시리아 정부군이 확정적으로 화학무기를 사용했다는 ‘스모킹 건(결정적 증거)’의 유무도 오바마 행정부로서는 곤혹스러운 대목이다.

오바마 행정부가 군사개입 쪽으로 방향을 튼 것은 지난 21일 화학무기 공격을 당한 다마스쿠스 인근 현장의 참상이 인터넷 동영상으로 유포되고 국제사회의 여론이 급속도로 악화됐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아직 시리아 정부군이 화학무기를 사용했는지에 대한 증거는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오바마 행정부가 정보당국의 첩보활동을 통해 입수한 관련증거가 있을 수도 있다고 보고 있지만 이를 공개할 경우 또다른 역풍을 불러올 것을 우려한다는 분석도 있다.

유엔 조사단이 31일(현지시간) 조사활동을 마치고 수집한 현장 증거물들을 시리아에서 들고 나올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를 분석·검증하고 안보리에 보고하는데에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 주변국에 악영향 가능성

시리아에 군사개입을 했다가 주변 반미국가와 세력들의 반발로 중동사태가 더욱 확산될 가능성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특히 온건성향의 정권이 들어선 이란이 다시 반미 강경모드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고, 지금은 소강상태인 이집트 사태가 예기치 못한 방향을 전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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