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화학무기 참사에도 여전히 어정쩡한 美 왜?

시리아 화학무기 참사에도 여전히 어정쩡한 美 왜?

입력 2013-08-22 00:00
수정 2013-08-22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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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P블로거 ‘개입 시늉만’ 전망…”국내정치 최우선…득보다 실” 그러나 사태 잔인성에 여론 동요할 가능성도

시리아에서 화학무기 공격에 따른 것으로 추정되는 최악의 참사가 벌어지면서 그간 어정쩡한 개입 태도를 보인 미국이 본격적인 행동에 나설지도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그러나 미국 주요 언론들은 미국이 개입 강도를 높일 것인지를 두고 21일(현지시간) 회의적인 전망을 잇달아 내놨다.

국내정치상으로 시리아 개입이 별 이득이 되지 않는데다, 반군의 전면적 승리보다는 협상에 따른 해결을 바라는 속내 때문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행정부는 그동안 시리아 내전 사태에 적극적인 개입을 꺼리는 듯한 태도를 보여 왔다.

오바마 행정부는 앞서 시리아의 화학무기 사용을 ‘금지선’으로 설정하고 반군에 대한 무기지원 의사를 밝힌 바 있으나 이후 이를 제대로 실행하지 않았다.

워싱턴포스트(WP)의 외교 전문 블로거 맥스 피셔는 이날 ‘화학무기 사용에도 미국이 행동하지 않는 5가지 이유’라는 제목의 글을 기고해 “미국이 소형 무기나 좀 보내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을 위해 얼마간 로비나 하는 것 이상으로 노력하지 않을 이유”를 조목조목 설명했다.

그는 ▲국내정치상의 위험성과 낮은 보상 ▲오바마 대통령이 협상을 통한 사태 해결을 원한다는 점 ▲시리아에서 안정을 원한다는 점 ▲’금지선’(레드라인)을 흐려 왔다는 점 ▲반군을 온전히 믿지 않는다는 점을 들었다.

피셔는 먼저 “미국의 어떤 행정부에도 최우선 사항은 국내정치”라고 지적했다.

겉으로는 외교적 언사를 보이지만 사실은 국내정치를 셈법의 중심에 둔 이율배반적 태도인 셈이다.

이런 면에서 볼 때 미국 정부에 시리아 개입은 이득은 별로 없고 손실만 큰 일이 될 수 있다.

실제로 시리아 사태에 개입을 요구하는 미국 정치권 내 세력들은 지난해 9월 리비아 벵가지에서 미국 영사관이 공격당했을 때 백악관에 포화를 퍼부었다.

피셔는 “백악관이 외교정책에서 과감히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정치인들은 사실 일이 잘못되면 백악관을 힐난할 의도”라고 짚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바샤르 알 아사드 현 시리아 대통령 정권의 전면적인 실각을 꾀하지도 않는다고 그는 분석했다.

미국은 시리아 사태에서 무엇보다 안정성을 원하며, 그 점에서 정부군과 반군 간 평화협정을 해법으로 염두에 두고 있다는 것이다.

피셔는 “아사드 정권의 이미지가 나빠질수록 미국도 협상을 통한 해결을 주장하기 곤란해진다”며 “오바마 행정부가 선호하는 계획을 볼 때, 미국이 이번 화학무기 의혹을 부각시키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이는 시리아 반군 가운데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의 비중이 점증하고 알카에다와 연관된 세력이 출현한 사실과도 무관치 않다.

미국 CNN방송도 “주된 문제는 미국이 기꺼이 거래해야 할 반군과, 알카에다 등 무장세력과 연계된 반군을 구분하는 일”이라며 “미국과 반군 간의 불신이 군사적 지원을 가로막고 있다”고 했다.

미국이 애초 화학무기 사용을 금지선으로 정한 것도 화학무기에 대한 국제사회의 금기를 유지하기 위해서였지 시리아 때문만은 아니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WP는 22일자 사설에서 “반군 측 주장이 사실인지를 최대한 신속하게 자체적 자원을 토대로 판단해야 한다”며 미국이 이번 사태의 진상을 자체적으로 밝혀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번 사태가 유례없는 참극이라는 점에서 미국 여론이 움직여 정치권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의 미국 담당 에디터 피터 포스터는 “대중이 어디에 그을지 선택하는 곳이 바로 금지선”이라며 “죽어가는 어린이들의 사진이 여론을 바꿔놓을 수도 있다”고 21일 전망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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