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리 “사태 명백히 규명해야”…”러·중 반대에 의사표현 형식 낮춰”
시리아에서 화학무기를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최악의 인명살상 사태가 빚어지자 내전 사태를 둘러싼 국제사회 내 외교전에 속도가 붙고 있다.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21일(현지시간) 오후 긴급회의를 소집, 이번 사태를 논의하고서 사태의 진상을 명백히 규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달 안보리 순번제 의장을 맡은 마리아 페르세발 유엔 주재 아르헨티나 대사는 회의가 끝나고 기자들과 만나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명백히 하고, 상황을 신중히 주시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회원국 사이에 있다”고 밝혔다.
시리아 반군과 인권단체 등은 이날 정부군이 수도 다마스쿠스 인근을 화학무기로 공격해 1천300여명이 숨졌다고 주장했다.
페르세발 대사는 “회원국들은 이번에 나온 주장에 대해 강하게 우려하고 있다”며 “어떤 쪽이든, 어떤 상황에서든 화학무기를 사용하는 것은 국제법에 대한 위반”이라고 강조했다.
또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앞서 낸 성명 내용을 언급하며 “철저하고 공정하며 즉각적인 조사가 이뤄지도록 하겠다는 사무총장의 결단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이날 안보리 회의는 얀 엘리아슨 유엔 사무부총장의 브리핑을 포함해 2시간가량 비공개로 진행됐다.
반 총장은 앞서 발표한 성명에서 “(반군의 주장에) 충격을 받았다”며 철저한 조사가 이뤄지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바 있다.
그러나 이날 안보리 회의에서는 시리아의 우방인 러시아와 중국이 영국·프랑스·미국 등 서방 국가들과 의사표현 형식을 두고 대립을 빚은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외교관들에 따르면 러시아와 중국은 안보리가 언론성명(press statement)을 채택하는 데 반대했다.
대신 안보리의 가장 약한 의사표현에 가까운 언론 입장(press element) 형태로 의장이 회의 내용을 요약하는 데는 동의했다고 이들은 전했다.
안보리는 또 시리아에 현재 체류 중인 유엔 화학무기조사단을 조사의 주체로 명시해 요구하는 데도 실패했다고 외신은 지적했다.
서방 국가들이 애초 안보리에 제출한 성명 초안 내용은 러시아와 중국의 반대로 최종 입장에서 다소 희석된 것으로 전해졌다.
아케 셀스트롬 단장이 이끄는 유엔 화학무기조사단은 지난 3월 알레포 인근 칸 알 아살에서 화학무기가 사용됐다는 의혹 등을 조사하기 위해 최근 시리아에 입국했다.
반군 지원에 적극적인 영국과 프랑스는 이번 의혹이 제기된 장소에 해당 조사단을 즉각 파견해야 한다는 요구를 주도하고 있다.
영국과 프랑스는 유엔 조사단이 이번 사건 또한 “최대한 신속하게” 조사하라고 요구하는 서한을 작성해 반 총장에게 보냈다. 이 서한에는 미국을 포함한 35개 국가가 서명했다.
한편, 미국과 러시아는 이달 28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만나 시리아 내전 사태 해결을 위한 평화회담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고 러시아 외교부가 이날 밝혔다.
미국과 러시아는 시리아 내전 종식을 위해 스위스 제네바에서 국제 평화회담을 열기로 지난 5월 합의했으나 양국 간 이견 탓에 회담이 계속 미뤄지고 있다.
알렉산드르 루카셰비치 러시아 외교부 대변인은 “제네바 평화회담을 준비하기 위한 양국 전문가의 다음 면담은 이달 28일로 예정돼 있다”고 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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