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노든 선택한 에콰도르는 남미 반미 좌파 3대축

스노든 선택한 에콰도르는 남미 반미 좌파 3대축

입력 2013-06-24 00:00
수정 2013-06-24 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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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키리크스’ 어산지 망명 수용’최악 언론탄압국’ 비난도 받아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비밀 개인정보 수집 프로그램 존재 사실을 폭로하고 나서 홍콩에 은신하다 23일(현지시간) 러시아로 옮긴 에드워드 스노든(29)이 에콰도르로 망명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에콰도르의 리카르도 파티노 외교장관은 이날 스노든이 자국에 정치적 망명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에콰도르 일간지 오이(Hoy)는 러시아 주재 파트리시오 알베르토 차베스 자벨라 에콰도르 대사가 스노든과 면담 중이며 대사관 주치의가 스노든을 검진했다고 전했다.

스노든의 최종 행선지가 아직 불투명한 상황이지만, 에콰도르가 폭로 전문 사이트인 위키리크스 설립자 줄리언 어산지에 이어 국제적인 논란의 주인공에게 또다시 망명 허용을 시사하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에콰도르 정부는 영국 런던 주재 자국 대사관으로 피신해 있던 어산지에게 2012년 8월 망명을 허용하면서 불공정 재판에 따른 신변 불이익 가능성을 이유로 들었다. 어산지의 송환을 원하는 미국과 스웨덴, 영국이 공정한 재판을 보장하지 않는 상황에서 자국 외교 공관에 망명을 요구한 어산지를 보호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파티노 장관은 에콰도르 정부가 망명을 요청한 이들을 보호하는 국가적 전통에 충실하다는 점을 내세웠다.

파티노 장관은 지난주 한국 방문에서 어산지와 스노든과 관련해 “골리앗에 맞서 싸울 다윗을 지켜줄 필요가 있다”면서 에콰도르 정부는 공익적 폭로자의 신변을 보호할 것이라고 밝혔다.

에콰도르 정부가 이처럼 ‘문제 인물’들에 대한 망명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는 것은 정치적 의도를 깔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에콰도르 정부가 어산지에게 망명을 허용한 때는 대통령 선거를 앞둔 시점이었다.

라파엘 코레아 에콰도르 대통령은 고 우고 차베스 전 베네수엘라 대통령,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과 함께 남미 강경좌파의 3대 축을 이룬 인물이다.

어산지를 보호하는 것은 코레아 대통령에게 좌파 이미지를 돋보이게 할 기회였다. 코레아 대통령은 올해 2월 대통령 선거에서 무난히 3선에 성공했다.

에콰도르를 언론탄압 국가로 간주하는 국제사회의 비난을 피해가려는 전략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에콰도르는 언론자유 정도가 중남미 국가 중 최악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코레아 대통령은 각료들에게 민간 언론과의 인터뷰를 금지했다.

에콰도르 언론인 에밀리오 팔라시오(58)는 지난 2011년 유력 일간지에 코레아 대통령을 ‘독재자’라고 비판한 칼럼을 실었다가 명예훼손 혐의로 피소돼 징역 3년과 벌금 4천만 달러의 유죄 판결을 받았다. 팔라시오는 대법원 항소가 기각되자 미국으로 피신해 망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에콰도르 정부는 어산지에 이어 스노든에게 망명을 허용해 ‘언론 자유국가’라는 명분을 챙기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미국 등 서방국가들과 마찰을 빚더라도 어산지나 스노든에게 망명을 허용함으로써 얻는 이득이 많다.

어산지나 스노든에게는 망명에 비교적 관대하고 반미 노선을 걷는 에콰도르가 적당한 피신처인 셈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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