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식민지배 시절 중남미에 가톨릭 이식’해방 신학’의 발원지…교황 탄생으로 가톨릭 중심부 ‘우뚝’
13일(현지시간) 중남미(라틴아메리카)에서 처음으로 교황이 탄생하면서 현지에서는 환영의 목소리가 쏟아져나오고 있다.전 세계 가톨릭 신자의 절반 가까이가 중남미에 집중돼 있다는 점에서 이들의 열렬한 환호는 짐작하고도 남을 일이다.
중남미에서 가톨릭은 스페인 식민지배 동안 현지 원주민들에게 받아들여진 이후 이제는 가히 절대적 종교로 우뚝 서게 됐지만 당시 침략자들의 통치 도구로 적극 활용됐다는 비판이 동시에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스페인 정복자들은 1500년대 초반 신대륙인 중남미에 본격적으로 진출하면서 원주민들에게 스페인 왕국의 법령과 교회의 설교를 받아들이라고 요구했다.
그렇지 않으면 전쟁을 통해 노예로 만들겠다는 협박을 가했다.
’레케리미엔토’(Requerimiento·통지)로 불리는 스페인 정복자들의 으름장은 아이러니하게도 중남미에 가톨릭이 처음 뿌리를 내리는 계기가 된 것이다.
이후 300년이 넘는 식민지배 동안 가톨릭은 원주민들 사이로 널리 퍼졌고 한편으로는 토속 종교와 섞이며 독특한 형태로 나타나기도 했다.
중남미는 1960년대 교회가 빈곤층의 입장에서 적극적으로 사회 모순을 해결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는 ‘해방 신학’이 탄생한 곳이기도 하다.
1980년대 해방 신학과 마르크스주의 이념의 결부를 우려한 로마 교황청이 잇따라 성명을 내며 위세가 꺾였지만 가톨릭의 본산이 아닌 변방에서 교회가 나아갈 방향을 주도적으로 제시해다는 점은 평가할 만한 일이다.
어떤 면에서 보면 중남미에서 가톨릭은 종교라기보다는 생활로 볼 수 있다.
그만큼 신자들이 독실하기로 유명하다.
우스갯소리로 마약 조직원들이 ‘거사’를 치르기 전 십자가 앞에서 성호를 긋는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로 가톨릭 신자들의 신앙은 일상에서 찾아볼 수 있다.
평일 낮에도 성당에는 신자들의 기도와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불행했던 식민지 시절 받아들인 가톨릭은 수백 년이라는 시간이 지나면서 중남미에서 신앙과 종교를 넘어 생활로 자리잡은 것이다.
여기에 호르헤 마리오 베르골리오(76) 아르헨티나 추기경이 중남미 최초로 교황에 선출되며 중남미는 이제 가톨릭 교회 주변부에서 중심부로 이동하게 됐다.
중남미 지역 내 가톨릭 교세는 계속 확장하고 있다.
전 세계 12억 가톨릭 신자 중 45%가 중남미에 거주하고 있으며 브라질은 1억2천670만명의 신자를 보유해 세계적으로 가톨릭 신자가 가장 많은 나라다.
멕시코는 신자수가 9천640만명으로 브라질에 이어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중남미 지역에서는 지난 30년 동안 가톨릭 신자수가 50% 이상 늘어나 미국(39%), 유럽(4.9%)에 비해 큰 차이를 보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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