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료주의·부패 비롯한 난제 ‘산더미’

관료주의·부패 비롯한 난제 ‘산더미’

입력 2013-03-14 00:00
수정 2013-03-14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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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속력·소통 ‘두 마리 토끼’ 잡기…여성 권익 신장도

프란치스코 교황은 13일(현지시간) 성 베드로 성당 발코니에 나와 어두워진 광장을 가득 메운 10만여 인파의 환호에 가벼운 미소와 기도로 화답했다.

그러나 신도들을 뒤로하고 발코니의 커튼 뒤로 발걸음을 내딛는 순간부터 가톨릭의 산더미 같은 난제들이 새 교황의 어깨를 짓누르기 시작했다.

서구 언론과 가톨릭 전문가들에 따르면 새 교황이 직면한 대표적인 과제는 교황청 내부의 부패 척결과 관료주의 타파다.

’바티리크스’로도 불리는 전임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비밀문서 유출 사건은 가톨릭 최상층에서 어떻게 부패와 권력투쟁이 벌어지는지에 대한 관심을 본격적으로 불러일으켰다.

이를 위해 전임자들이 중점을 뒀던 교단 내부의 위계질서와 결속력 강화를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교황청 외부, 특히 유럽 이외 지역의 목소리를 교황이 잘 청취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미국의 조지프 토빈 추기경은 지난달 관할 인디애나폴리스 교구 신문을 통해 교황청 안에 “많은 선행과 헌신하는 사람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교황청의 효용에 흠집을 낼 수 있는 구조나 관행들이 있다”고 지적했다.

가톨릭 성직자의 잇따른 성 추문을 극복하는 일 역시 부패 일소와 연관된다.

지난주 로이터통신과 여론조사기관 입소스가 미국에서 벌인 여론조사 결과 미국 가톨릭 신자들은 교단의 가장 심각한 문제로 성 추문을 꼽았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영성 수련과 헌신을 생활 태도로 삼는 예수회 출신이면서 청빈으로 유명한 성 프란치스코의 이름을 이어받은 점은, 교황 선출에 참여한 추기경들 사이에서도 권력이라는 악마의 유혹을 떨쳐내야 가톨릭이 도약할 수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결과로 볼 수 있다.

새 교황이 비교적 고령인 76세라는 점 역시 향후에 교황이 교단의 권위를 강화하거나 새로운 신학적 지침을 내기보다 기존 조직의 관리 강화나 소통을 중시하리라는 전망을 할 수 있는 바탕이다.

교황이 첫 연설에서 “오늘부터 시작하는 교회의 여정”이라는 말을 넣으며 신도들에게 “각자의 성직자들을 위해 기도해 달라”고 당부한 점 역시 평신도와 성직자, 그리고 교황청 내부와 외부 간의 소통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가톨릭이 앞으로 여성의 권익 신장에 어떻게 대응할지도 관심사다.

그동안 가톨릭 내부에서는 여성 성직자 임명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고, 피임으로 대표되는 여성의 사생활 문제에 대해 긍정적인 판단을 내려 달라는 목소리도 커져 왔다.

바티칸은 그러나 지금까지 여성의 성직자 임용에 대해 완고한 거부 입장을 고수했고 사생활 문제에 대해서는 외면하다시피 했으며, 성직자들의 성추문에 대해서는 빠른 결단과 처벌 대신 시간을 끄는 듯한 모습마저 보여 왔다.

교황 후보로도 거론됐던 아르헨티나의 레오나르도 산드리 추기경은 최근 로이터통신과의 회견을 통해 “세계에서 여성의 역할이 강화됐음에 대해 교회는 이제 스스로 질문해야 한다”며 “신앙생활에서 여성이 더 큰 역할을 해야 함은 앞으로 (가톨릭이) 풀어가야 할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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