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바티칸 관계 개선 계기되나

중국-바티칸 관계 개선 계기되나

입력 2013-03-14 00:00
수정 2013-03-14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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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측 관계자, 관계 개선 희망…”시간 걸릴 것”주교 임명권 놓고 갈등 고조…중국, 성직자 구속

아르헨티나의 호르헤 마리오 베르골리오 추기경이 13일 새 교황에 선출되면서 바티칸이 중국과의 관계 개선에 나설지 주목되고 있다.

중국이 지난 1951년 바티칸과 외교 관계를 단절한 이후 교황청과 중국 당국 간의 공식 대화가 반세기 넘게 중단돼왔기 때문이다.

은퇴한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재임 8년간 베이징(北京) 당국과의 관계 개선을 시도해 왔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주교 임명권을 들러 싸고 갈등이 고조돼왔다.

가톨릭 관계자들과 중국 관제 가톨릭 단체인 중국천주교애국회(中國天主敎愛國會ㆍ이하 애국회) 측은 새 교황 프란치스코 1세의 선출을 계기로 바티칸과 중국 간의 관계가 개선되기를 바라고 있다고 영국 BBC 방송이 보도했다.

베이징 쉬안우(宣武)구 성당의 류(劉) 신부는 “새 교황이 바티칸ㆍ중국 관계 개선에 기여하기를 바란다”며 “그러나 관계 개선은 조속히 이뤄지지 않고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탈리아의 교회소식 전문매체 아시아뉴스의 체르비나라 편집장은 “새 교황이 최소한 전임 교황 베네딕토 16세를 본받아 중국과의 관계 개선에 나설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13억 인구 대국인 중국에서 나날이 정신적 위로를 추구하는 경향이 증가하고 있다면서 중국이 인권을 존중하는 세계인의 친구로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벨기에 루뱅 가톨릭대학 헤드루커스 신부는 새 교황은 중국과 접촉을 시도하기 앞서 먼저 중국 정책 방향을 확실히 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바티칸이나 중국이 모두 대화파와 반대파로 분열돼 있기 때문에 양 측간 협상이 실패로 끝났다고 분석했다.

바티칸과 애국회는 주교 임명권을 둘러 싸고 갈등이 고조돼 바티칸ㆍ중국 간 관계 개선에 당장으로선 돌파구가 열기 쉽지 않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애국회는 작년 12월 독자적으로 마다친(馬達欽) 상하이교구 보좌 주교를 해임해 바티칸의 반발을 샀다. 마다친 보좌 주교가 작년 7월 서품식에서 애국회의 직책을 더 이상 맡지 않겠다며 공개선언한 것이 이유이다.

교황청은 작년 12월 교황의 인가 없이 독자적으로 주교 서품을 받은 중국인 웨푸성(岳福生) 신부에 대해 교회법 위반을 이유로 파문하기도 했다. 애국회가 단독으로 임명한 홍빙장(黃炳章) 광둥성 산터우(汕頭) 주교도 파문됐다.

중국도 강력히 대응했다. 당국은 올해 들어 바티칸과 관계가 있는 가톨릭 신자 20여 명의 입국 비자 발급을 거부한 데 이어 ‘지하 교회’ 탄압 과정에서 검거된 성직자 최소 10명 가량을 구금하고 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FT)가 지난 2월 보도했다.

중국 내 종교 자유와 관련된 사건 변호를 담당하는 한 변호사는 “중국 정부는 이른바 가톨릭 지하 교회들이 ‘외부 세력’에 의해 영향을 받은 것으로 규정하고 있어 더욱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은 지난 1951년 바티칸이 대만 정부를 중국의 합법정부로 승인하자 바티칸과 외교 관계를 단절하고 가톨릭 신자들을 관리하기 위해 애국회를 만들었다.

이에 따라 중국의 가톨릭 신자는 공식적으로 애국회 교회에서만 미사를 볼 수 있으며 교황을 영적인 지도자로 인정한다. 그러나 교황의 사제와 주교 서품권은 거부되고 있다.

중국 당국의 통계에 따르면 중국 내 가톨릭 신자는 570만 명 선이지만 ‘지하교회’ 산자를 합치면 1천200만 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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