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 시대에도 변함없는 ‘굴뚝 연기’

트위터 시대에도 변함없는 ‘굴뚝 연기’

입력 2013-03-14 00:00
수정 2013-03-14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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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용지 태워 비밀유지…흑·백 연기 1903년 시작혼선 거듭하며 화학물질 첨가 등 방식 개선

80대의 교황도 트위터로 전 세계 신자들에게 직접 메시지를 전하는 시대지만 새 교황 탄생을 처음 알린 것은 여전히 흰 연기였다.

13일 오후 7시 6분(현지시각) 세계의 이목이 쏠린 바티칸 시스티나 성당 굴뚝에서는 교황 선출을 뜻하는 흰 연기가 피어올랐다.

추기경들이 비밀투표로 교황을 뽑는 콘클라베의 독립성을 보장하려고 투표용지를 태우던 전통이 오랫동안 이어져 오는 것이다. 최첨단 시대지만 모든 통신수단을 끊어 보안을 유지한다.

CNN 웹사이트에 따르면 가톨릭 전문기자 존 앨런은 “추기경들을 외부의 압력으로부터 보호하려고 비밀을 유지한다”면서 투표용지가 흘러나가면 추기경들이 압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역사학자인 프레드릭 바움가트너 버지니아공대 교수는 1800년 이전에는 문과 창문을 여는 것이 선출이 끝났다는 징표였다고 말했다. 기록을 보면 추기경들이 사실상 갇힌 채 투표하던 장소에서 대포를 쏴 선출 종료를 알렸다는 얘기도 있다.

19세기에는 투표용지를 태워 피워 오르는 연기가 노란색이면 새 교황 선출에 실패했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졌다고 바움가트너 교수는 말했다.

바움가트너 교수는 지금과 같은 검은 연기와 흰 연기가 처음 나타난 것은 1903년 콘클라베였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때부터 새 교황을 뽑을 때마다 연기를 통한 결과 전달을 둘러싸고 ‘혼선’은 지속됐다.

교황 선출에 실패했을 때 피우는 검은 연기의 색깔을 짙게 하려고 젖은 짚을 넣기도 했지만, 전달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특히 1958년 콘클라베를 계기로 연기를 피울 때 화학 물질을 넣게 됐다고 니콜러스 스코필드 신부는 설명했다.

하지만, 화학 물질을 넣어도 연기가 처음 올라올 때는 흐릿한 회색을 띠었던 탓에 혼선은 완전히 가라앉지 않았다. 요한 바오로 2세가 선출된 1978년에도 결과가 잘못 전달되자 그다음부터는 교황 선출 성공을 알릴 때 종도 같이 치게 됐다.

존 앨런 기자는 “바티칸에서는 종이 항상 울린다는 것이 문제”라며 교황 선출 신호와 겹치는 일도 생겼다고 지적했다. 특히 2005년 콘클라베에선 교황선출이 안 됐는데 시간을 알리는 종이 울리는 바람에 교황 선출 완료로 오해되는 일도 빚어졌다.

교황청 대변인은 이번 콘클라베를 앞두고 연기 색깔을 더 뚜렷하게 하려고 화학 기법을 개선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연기를 뿜는 데는 난로 2대가 사용됐다. 1939년부터 쓴 낡은 난로로 투표용지를 태우며 2005년부터 사용한 두 번째 난로는 특수 제작한 약제 카트리지를 태워 흰색 또는 검은색 연기를 만들어냈다.

이들 두 대의 난로에서 나온 연기는 하나의 관에서 합쳐져 성당 굴뚝으로 나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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