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교황, 2005년에도 유력 후보

신임 교황, 2005년에도 유력 후보

입력 2013-03-14 00:00
수정 2013-03-14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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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클라베에 참석한 추기경들은 누가 몇 표를 얻었는지 비밀로 간직해야 한다. 따라서 탈락한 후보자 가운데 누가 유력했는지 공식적으로 알 수 없다.

그러나 2005년 4월 콘클라베에서 독일의 요제프 라칭거 추기경이 교황 베네딕토 16세로 선출된 이후 5개월 뒤 발간된 이탈리아 정치잡지 ‘리메스’는 이번에 새 교황이 된 호르헤 마리오 베르골리오 아르헨티나 추기경이 당시 가장 강력한 경쟁자였다고 보도했다.

이 잡지는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추기경의 일기를 그 근거로 들었다.

이 일기에 따르면 당시 세 차례 투표에서 라칭거 추기경은 각각 47, 65, 72표를 얻었다. 베르골리오 추기경은 10, 35, 40표를 각각 얻었다.

하지만 베르골리오 추기경은 자신의 표를 행사하려고 제단으로 나아갈 때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예수의 상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마치 ‘하느님 제발 이 일을 내게 맡기지 마소서’라고 탄원하는 인상을 풍겼다고 일기의 저자는 썼다.

결국, 4차 투표를 앞두고 알폰소 로페스 트루히요 콜롬비아 추기경이 베르골리오 추기경에 대한 지지를 라칭거 추기경 쪽으로 돌려달라고 라틴아메리카 추기경들을 설득했고, 4차 투표에서 84표를 얻은 라칭거 추기경이 26표를 얻은 베르골리오 추기경을 제치고 교황으로 선출됐다고 이 잡지는 전했다.

=미국, 2005년에도 베르골리오 추기경 주목=

0...베네딕토 16세를 교황으로 선출한 2005년 콘클라베를 앞두고 미국이 베르골리오 추기경을 주목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폭로전문 웹사이트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미국 국무부 외교 전문에 따르면 브렌트 하트 당시 아르헨티나 주재 미국 대사관 차석대사는 “베르골리오 추기경을 지켜본 사람들은 그의 겸손함에 찬사를 보냈다. 그는 고위직이나 명예를 얻으려 하지 않았으며 버스를 타고 출퇴근한다”고 보고했다.

하트 차석대사는 다만 베르골리오 추기경이 예수회 소속인 것이 교황으로 선출되는 데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보수적인 일부 고위 성직자들은 예수회의 자유주의적 기풍을 못 미더워한다”고 설명했다.

=아르헨티나 vs. 브라질 ‘신성한 대결’=

0...축구와 춤, 스포츠와 문화에서 경쟁 관계에 있는 두 나라는 교황 선출에서도 ‘신성한 대결’을 벌였다.

애초 브라질의 오질루 페드루 셰레르(63) 추기경이 유력 후보로 거론됐으나 결국 아르헨티나가 승리의 영광을 거머쥐었다.

비록 ‘패배’했지만 브라질인 대부분은 같은 라틴아메리카 지역에서 첫 교황이 나왔다는 사실에 기뻐했다.

셰레르 추기경의 형인 브루노는 브라질 남부 톨레도에 있는 한 작은 성당의 뒷마당에 앉아 교황 선출 소식을 전해들었다.

브루노는 “또 유럽 출신 교황이 아니라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며 “라틴아메리카 출신이 교황이 된 것은 가톨릭이 옳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큰 걸음”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베네수엘라 “다 차베스 덕분”=

0...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임시 대통령은 최근 암으로 숨진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이 라틴아메리카 출신 교황의 탄생에 기여했다고 말했다.

마두로는 한 정치 행사에서 “우리의 지도자가 라틴아메리카에서 성장하며 가톨릭 신자들과 얼굴을 마주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라틴아메리카 출신 교황의 탄생에는 분명히 뭔가가 영향을 미쳤다”며 “누군가가 신 앞에 다가가 ‘이젠 라틴아메리카 차례다’라고 말했을 것”이라고 농담을 던졌다.

=새 교황, 도박사이트도 예측 못 해=

0...새 교황이 누가 될 것인지 예측에 나섰던 도박 사이트들이 베르골리오 추기경의 교황 선출 가능성을 매우 낮게 봤던 것으로 드러났다.

도박사이트 프리게임닷컴의 R.J.벨은 베르골리오 추기경이 될 확률을 25대 1로 봤다고 밝혔다.

아일랜드의 도박사이트 패디파워도 베르골리오 추기경의 선출확률을 33대 1로 봤다.

유럽과 미국의 도박사이트 12곳에서 베르골리오 추기경은 유력 후보 15위안에 들지 못했다.

=’악동’ 로드먼, 도박사이트 홍보차 바티칸 방문=

0...지난달 말 북한을 방문해 화제를 모았던 전 NBA 농구스타 데니스 로드먼이 이번 콘클라베를 앞두고는 바티칸을 방문했다.

로드먼의 방문은 새 교황이 누가 될 것인지를 놓고 도박을 벌인 아일랜드 사이트 패디파워를 홍보하기 위해 이뤄졌다.

교황 선출에 앞서 로드먼은 “차기 교황은 흑인이 될 것”이라며 가나의 피터 턱슨 추기경을 유력 후보로 꼽기도 했다.

로드먼의 방문에 JHB컨설팅의 질 해밀턴 대표는 “관심을 끌기 위한 얄팍한 술책”이라며 비판했다.

=’더 희고 더 까맣게’ 굴뚝 연기의 비밀=

0...이번 콘클라베에서 교황이 선출되지 않았을 때 시스티나 성당 굴뚝에서 피어난 검은 연기는 과거보다 더 짙은 색을 띠었고 카메라를 통해 봐도 색깔이 확연히 드러났다.

그 비밀은 연기를 내뿜는 난로에 넣은 화학물질에 있었다.

페데리코 롬바르디 교황청 대변인은 올해 연기 색깔을 더 뚜렷하게 만들고자 여러 가지 새로운 화학물질을 첨가했다고 밝혔다.

검은 연기에는 과염소산칼륨과 안트라센 카트리지가, 흰 연기에는 염소산칼륨과 락토스, 클로로포름 합성수지 등이 사용됐다.

앞서 롬바르디 대변인은 “스위스 시계와 같은 정확성은 기대하지 말라”고 했지만 확실히 연기 색깔이 훨씬 뚜렷해져 구경하던 인파와 기자들의 혼동을 막아줬다.

=신문사들, 마감시간에 ‘발 동동’=

0...콘클라베는 비교적 빨리 끝났을지 모르나 마감 시간을 지켜야 하는 유럽의 언론사들에는 그다지 빠르지 않았던 모양이다.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의 아치 블랜드 부편집장은 교황이 성 베드로 성당 발코니에 오랫동안 모습을 드러내지 않자 트위터에 “신께서 시간을 이용해 신문들에 벌을 주고 계신 게 틀림없다. (느린) 인터넷으로 벌주는 것만으로는 부족했나?”라는 푸념 섞인 글을 올렸다.

파이낸셜타임스(FT)의 브뤼셀 지부장인 페터 슈피겔 역시 트위터를 통해 “누가 교황에게 FT가 마감시간을 지키지 못하게 생겼다고 좀 말해줄래요? 정말 급한데”라며 다급한 심정을 드러냈다.

=갈매기들도 새 교황 맞이=

0...세계 각지에서 성 베드로 광장에 몰려든 인파는 때아닌 ‘갈매기 구경’을 하게 됐다.

교황 선출 여부를 알리는 연기가 나오는 시스티나 성당 굴뚝에 갈매기들이 걸터앉는 진풍경이 연출된 것이다.

덕분에 빗줄기 속에서 교황의 탄생을 하염없이 기다리던 가톨릭 신자들은 긴장감을 잠시나마 내려놓을 수 있었다.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온 해리 시런은 “갈매기들이 우리보다 천국 가까이에 있다”며 웃음 지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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