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빈·소박·박애를 상징하는 성인을 모범 삼으려는 뜻
호르헤 마리오 베르골리오 아르헨티나 추기경이 13일(현지시간) 교황 즉위명으로 택한 ‘프란치스코’는 그가 앞으로 중세에 활동한 ‘아씨시의 성 프란치스코’를 모범으로 삼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페데리코 롬바르디 바티칸 대변인은 ‘프란치스코’라는 명칭이 갖는 의미를 두고 “소박하고 박애를 증명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교황 선출 직후 프란치스코 1세가 “추기경단이 먼 곳에서 교황을 찾아내 내가 여기에 섰다”고 말한 대목도 겸손하면서도 인간미가 넘친다는 평가를 받는다.
교황이 택한 ‘프란치스코’ 즉위명은 그가 앞으로 가톨릭 교회를 이끌면서 어떤 길을 택할 것인지 암시한다.
프란치스코 성인은 13세기 이탈리아 중부의 마을 아씨시의 부유한 상인 가정에서 태어나 향락을 쫓고 방탕하게 살다가 20세에 마음을 돌이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모든 사유 재산을 버리고 청빈하게 살기로 결심한 그는 1209년 제자 11명을 거느리고 청빈을 목표로 한 ‘작은 형제들의 모임’이라는 최초의 수도회를 설립했다. 이어 아씨시의 성녀 클라라에게 권유해 여수도회(클라라수녀회)를 설립하게 했다.
만년에는 오상(그리스도가 십자가에 못박혔을 때 손발에 생긴 다섯 군데의 상처)을 받은 것으로 유명하다.
자애로운 인품과 여러 기적을 보여줘 그의 사후 지금까지 수백 년 동안 가톨릭 신자들로부터 존경을 받고 있다.
특히 동물을 아껴 동물과 대화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1979년 요한 바오로 2세는 프란치스코 성인을 환경 보호의 수호 성인으로 선포하기도 했다.
프란치스코라는 이름에 담긴 이런 뜻을 감안하면 가톨릭이 가진 ‘부유함’의 이미지가 앞으로 어느 정도 가실 것이라고 독일 dpa 통신은 분석했다.
지난 120년간 교황 명칭으로는 비오, 레오, 그레고리오, 베네딕트, 요한, 바오로 등이 많이 쓰였는데 프란치스코라는 명칭은 처음 사용된 것이자 이런 전통에서 벗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그간 역대 교황들은 하나의 이름만 썼지만 요한 바오로 1세는 사도인 ‘요한’과 ‘바오로’ 이름 두 개를 처음 선택한 교황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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