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심, 국민 눈높이 맞는 국정 요구
인사와 야당 관계 변화로 보여 줘야
이관섭 대통령 비서실장이 11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22대 총선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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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여권은 이번 선거에서 안정적 의석을 얻은 후 개혁 이슈를 선점하며 국정 운영에 드라이브를 건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총선 참패로 범야권 192석이라는 거야(巨野)의 벽과 마주하게 됐다. 남은 임기 3년 동안 국정 과제와 각종 개혁 어젠다를 차질 없이 추진하기 위해선 전면적인 자기 쇄신이 불가피하다. 쇄신과 변화는 문제점의 정확한 진단에서 출발한다. 총선 패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소통 부족과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일방통행식 국정 운영으로 민생·경제 현장의 어려움에 소홀하다는 인상을 준 점들이 공통적으로 지적되고 있다.
선거로 표출된 민의에 대한 윤석열 정부의 메시지를 가시적으로 보여 줄 수 있는 지표는 인사일 것이다. 무엇보다 소통과 공감의 의지를 보여 줄 수 있도록 과감하고 참신한 인사를 통해 국정 운영의 변화를 보여 주는 데 쇄신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
정부의 개혁 과제 대부분은 입법이 필요한 사안이다. 국회의 협조가 없이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야당을 설득하고 정책에 대한 국민 지지를 얻기 위해서도 소통과 공감이 필수다. 윤석열 정부 들어 대통령과 야당 대표의 대화가 이런저런 이유와 사정으로 이뤄지지 않았으나 총선이 만든 정국 상황은 변화를 주문한다. 국민을 위한 소통에 특별한 형식이 있을 리 없다. 어떤 형태의 대화이든 대통령과 야당 대표가 직접 얼굴을 맞대고 연금·노동·교육·규제·의료 개혁과 저출생 등 공통의 국가적 과제를 허심탄회하게 협의할 필요가 있다.
국민의힘은 선거 패배 책임론을 둘러싼 지도체제 정비와 한 총리를 비롯한 내각 및 대통령실 개편을 놓고 내부 갈등을 겪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내 탓이오’는 없이 네 탓 공방만 벌이거나 알량한 내부 권력싸움으로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면 영영 국민의 버림을 받게 될 수도 있다. 공도동망(共倒同亡)의 자세로 소통하고 함께 책임지는 자세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2024-04-12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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