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신문의 위기’가 자주 거론된다.광고시장 침체에 따른 경영악화 때문만은 아니다.인터넷을 비롯한 신매체들은 신문 고유의 저널리즘 영역을 급속히 침식해 가고 있다.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신문의 신뢰도가 1998년부터 방송에 뒤지기 시작하더니 그 폭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한국언론재단 ‘언론수용자조사’)
흔히 신문의 위기를 말하면서 속보보다는 심층기획기사로 승부해야 한다는 주장을 한다.이제는 이를 생존의 방편으로 받아들여야 할 시기가 아닌가 싶다.미국만 해도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를 중심으로 최근 탐사보도가 붐을 타고 있다.중소신문들의 탐사보도도 활발하다.“인터넷이나 케이블에 뺏긴 독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라는 것이 워싱턴포스트의 저명한 탐사보도기자 사라 코언의 설명이다.
이런 점에서 서울신문이 ‘탐사보도’라는 간판을 걸고 8월6일부터 내놓은 4부작 ‘개인파산시대’는 의미 있는 기획이었다.
‘개인파산’은 그동안 다른 언론에서도 가끔씩 다뤄 온 아이템이었던 만큼 소재에서 새로울 것은 없었다.이 기획이 의미를 갖는 것은 개인파산을 ‘징벌적 의미’가 아닌 ‘사회 안전망’으로서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다.사실 신용불량자가 400만명에 이르게 된 데는 IMF사태 이후 정부의 소비진작책에 따른 금융기관의 무분별한 대출과 카드 발급 탓이 크다.그 부작용이 범죄나 자살 등 사회병리적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어 공공 차원의 해결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따라서 ‘개인파산시대’ 시리즈를 통해 파산을 사회적 영역으로 끌어들여 수많은 잠재적 파산자들에게 희망을 준 것은 평가할 만하다.또한 면책자와 면책대기자 306명을 직접 인터뷰하고 그들의 기록을 통계프로그램을 통해 분석,파산의 실태와 문제점을 찾아 낸 것은 탐사보도로서 손색이 없었다는 생각이다.
물론 아쉬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시리즈 2회(8월9일) ‘쏟아지는 중산층 파산’에서는 파산신청을 준비하고 있는 1억 연봉자를 사례로 제시했다.하지만 그의 파산 과정은 파산제도의 긍정적인 측면을 부각한다는 기획의 취지와는 다소 동떨어진 감이 있었다.특히 수입이 없는 데도 아이들의 교육비로 한달에 200만∼300만원을 지출했다는 내용은 오히려 서민층에 박탈감을 심어줄 여지가 있어 보였다.
‘개인파산시대’가 탐사보도로서 빛을 보게 된 데는 서울신문이 운용하고 있는 ‘기사예고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탐사보도가 보편화된 미국을 보면,중소규모의 신문들조차 탐사보도팀을 두고 수준 높은 탐사보도를 하고 있다.노스캐롤라이나주 롤리에서 발행하는 ‘뉴스앤 옵서버’는 기자가 80명에 불과한데도 3명으로 이뤄진 탐사보도팀을 운영하고 있다.기자 300명의 중간급 신문인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은 10∼12명의 탐사보도팀을 구성해 놓고 있다.7∼8명은 고정 멤버이고 3∼4명은 취재 아이템에 따라 순환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물론 서울신문처럼 필요할 때마다 별도의 특별취재팀을 구성하는 신문사도 많지만 이 경우도 인적 물적 자원을 아끼지 않는 것이 미국 언론의 풍토다.미국은 또한 ‘탐사보도 전문기자’ 공채가 별도로 이뤄진다.그들에게는 일반 취재기자보다 연봉을 더 주어 우대하고 있다.
앞으로도 ‘탐사보도’ 간판을 단 기사들을 서울신문에서 많이 볼 수 있기를 바란다.이를 위해서는 편집국장의 관심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다.굳이 탐사보도가 아니라도 심층보도에 대한 회사차원의 과감한 투자가 절실한 때이다.
천원주 한국언론재단 언론사업팀 차장
흔히 신문의 위기를 말하면서 속보보다는 심층기획기사로 승부해야 한다는 주장을 한다.이제는 이를 생존의 방편으로 받아들여야 할 시기가 아닌가 싶다.미국만 해도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를 중심으로 최근 탐사보도가 붐을 타고 있다.중소신문들의 탐사보도도 활발하다.“인터넷이나 케이블에 뺏긴 독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라는 것이 워싱턴포스트의 저명한 탐사보도기자 사라 코언의 설명이다.
이런 점에서 서울신문이 ‘탐사보도’라는 간판을 걸고 8월6일부터 내놓은 4부작 ‘개인파산시대’는 의미 있는 기획이었다.
‘개인파산’은 그동안 다른 언론에서도 가끔씩 다뤄 온 아이템이었던 만큼 소재에서 새로울 것은 없었다.이 기획이 의미를 갖는 것은 개인파산을 ‘징벌적 의미’가 아닌 ‘사회 안전망’으로서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다.사실 신용불량자가 400만명에 이르게 된 데는 IMF사태 이후 정부의 소비진작책에 따른 금융기관의 무분별한 대출과 카드 발급 탓이 크다.그 부작용이 범죄나 자살 등 사회병리적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어 공공 차원의 해결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따라서 ‘개인파산시대’ 시리즈를 통해 파산을 사회적 영역으로 끌어들여 수많은 잠재적 파산자들에게 희망을 준 것은 평가할 만하다.또한 면책자와 면책대기자 306명을 직접 인터뷰하고 그들의 기록을 통계프로그램을 통해 분석,파산의 실태와 문제점을 찾아 낸 것은 탐사보도로서 손색이 없었다는 생각이다.
물론 아쉬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시리즈 2회(8월9일) ‘쏟아지는 중산층 파산’에서는 파산신청을 준비하고 있는 1억 연봉자를 사례로 제시했다.하지만 그의 파산 과정은 파산제도의 긍정적인 측면을 부각한다는 기획의 취지와는 다소 동떨어진 감이 있었다.특히 수입이 없는 데도 아이들의 교육비로 한달에 200만∼300만원을 지출했다는 내용은 오히려 서민층에 박탈감을 심어줄 여지가 있어 보였다.
‘개인파산시대’가 탐사보도로서 빛을 보게 된 데는 서울신문이 운용하고 있는 ‘기사예고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탐사보도가 보편화된 미국을 보면,중소규모의 신문들조차 탐사보도팀을 두고 수준 높은 탐사보도를 하고 있다.노스캐롤라이나주 롤리에서 발행하는 ‘뉴스앤 옵서버’는 기자가 80명에 불과한데도 3명으로 이뤄진 탐사보도팀을 운영하고 있다.기자 300명의 중간급 신문인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은 10∼12명의 탐사보도팀을 구성해 놓고 있다.7∼8명은 고정 멤버이고 3∼4명은 취재 아이템에 따라 순환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물론 서울신문처럼 필요할 때마다 별도의 특별취재팀을 구성하는 신문사도 많지만 이 경우도 인적 물적 자원을 아끼지 않는 것이 미국 언론의 풍토다.미국은 또한 ‘탐사보도 전문기자’ 공채가 별도로 이뤄진다.그들에게는 일반 취재기자보다 연봉을 더 주어 우대하고 있다.
앞으로도 ‘탐사보도’ 간판을 단 기사들을 서울신문에서 많이 볼 수 있기를 바란다.이를 위해서는 편집국장의 관심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다.굳이 탐사보도가 아니라도 심층보도에 대한 회사차원의 과감한 투자가 절실한 때이다.
천원주 한국언론재단 언론사업팀 차장
2004-09-07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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