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R의 공포’에 날개 없는 추락
삼성전자 16년 만에 최대폭 하락주가 7만원 초반… 시총 49조 증발
온기 살아났던 조선주도 곤두박질
LIG넥스원 등 방산업종 동반 폭락
업계 “소나기… 실적 이상 신호 아냐”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시가총액 1위 삼성전자는 직전 거래일 대비 10.30% 하락한 7만 1400원에 장을 마감했다. 미국발 금융위기가 벌어진 2008년 10월 24일(-13.76%) 이후 16년 만의 최대 하락 폭이다. 이날 하루에만 시가총액 약 49조원이 허공으로 사라졌다.
2분기 10조 4439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시장 기대치를 뛰어넘었는데도 미국 제조업지표, 고용지표 부진 등 거시경제(매크로) 영향, 빅테크 기업의 실적 부진, 인공지능(AI) 거품론 확산이 한꺼번에 국내 증시에 충격파를 던지면서 ‘8만 전자’를 회복했던 삼성전자 주가는 단숨에 7만원 초반까지 밀렸다.
AI 반도체에 필수적으로 탑재되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주도권을 쥐면서 주가가 고공 행진하던 SK하이닉스 주가는 전장 대비 9.87% 하락한 15만 6100원에 마감했다. 지난 주말 엔비디아의 차세대 칩 ‘블랙웰’이 설계 결함으로 생산이 지연됐다는 보도가 나온 것도 악재로 작용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분기 5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기록하는 등 호실적을 냈지만 실적 발표 당일(7월 25일)에도 미국 증시의 영향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며 큰 폭으로 하락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이날 SK하이닉스 이천 본사를 찾아 “어려울 때일수록 흔들림 없이 기술경쟁력 확보에 매진하고 차세대 제품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미국 매크로 지표의 개선 전까지는 얼어붙은 투자 심리가 회복되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과 함께 현 상황을 ‘소나기’에 비유하며 “비구름이 지나간 뒤에는 날씨가 개지 않겠느냐”는 의견도 나온다.
다만 실적에 ‘이상 신호’가 켜진 것은 아닌 만큼 당장 사업 전략을 재검토할 수준은 아니라는 게 대체적 평가다. 업계 관계자들은 “지금은 시장을 이길 수 없다”면서도 “지난해 조 단위 적자를 초래한 다운턴(하락기)과는 상황이 다르다”고 입을 모았다.
미국발 경기침체 공포는 반도체 등 기술주만 덮친 게 아니었다. 최근 실적과 주가 모두 상승 국면이었던 조선주도 ‘블랙 먼데이’의 충격을 피하지 못하면서 주가가 곤두박질했다. HD한국조선해양과 한화오션은 전장 대비 각각 14.88%, 13.48% 폭락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7.61%), 현대로템(-7.93%), LIG넥스원(-8.88%) 등 대형 방산주도 9% 가까이 떨어진 코스피와 함께 큰 폭으로 하락했다. 폭락 장세에도 군사용 통신장비를 생산하는 방산업체인 휴니드(+18.97%) 등 중소형 방산주는 강세를 보였다. ‘일촉즉발’ 중동 사태가 증시 폭락을 부추겼지만 일부 주식은 수혜주로 묶이면서 주가가 오른 것으로 풀이된다.
2024-08-06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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