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대응 미흡보다는 예상 벗어난 폭설에 강풍 겹쳐 대란”
“활주로에 쌓인 눈과 강한 바람, 눈보라로 인한 시야장애 등 최악의 3박자가 제주공항 장기폐쇄를 가져왔다”이근영 한국교통대학교 항공운항학과 교수는 25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먼저 활주로에 눈이 쌓이면 항공기 이·착륙이 어렵다.
고속으로 이·착륙하는 항공기가 눈이 덮인 활주로에서 운항하면 사고 확률이 높기에 제설작업을 통해 눈을 치우고 운항을 재개해야 한다.
제주도에는 1984년 이후 32년 만에 가장 많은 눈이 왔다.
제주도 산간에는 1m가 넘는 눈이 쌓였고 활주로를 치울새 없이 계속 눈이 내리면서 도저히 여객기를 띄울 상황이 안됐던 것이다.
제주공항 운항재개 시기를 또다시 늦춘다고 발표했던 것도 윈드시어(순간돌풍) 경보·대설경보가 25일 정오까지, 오후 8시까지는 북서풍이 평균 초속 9m, 순간 최대풍속 초속 15m로 강하게 분다는 기상청 발표 때문이다.
다행히 이날 오전부터 눈이 잦아들어 활주로 제설작업을 마치면서 정오부터 운항재개 결정이 났다.
다만, 제주공항에 대기중인 항공기 34편이 이륙 전 날개와 동체표면에 붙은 눈과 얼음을 제거하는 ‘디-아이싱 작업’을 하느라 3시간 정도 걸렸다.
비행기 날개에 얼음이 붙어있으면 공기 흐름을 방해해 비행기를 공중에 뜨게하는 양력(lift force)이 급격히 줄고 보조익·승강타·방향타 등 조종관련 부위(조종면)가 얼면 조종에 심각한 이상을 일으킬 수 있어 이륙 전 반드시 제거해야 한다.
제주공항은 눈 뿐만이 아니라 강풍도 문제였다.
이 교수는 “항공기 운항에 치명적인 바람은 활주로 측면에서 부는 측풍으로 항공기 별로 차이는 있지만 측풍 30노트(15.4m/s)이면 운항이 어렵다”고 말했다.
눈보라로 시야가 확보되지 않으면 안개, 화산재와 마찬가지로 조종이 어렵다.
이처럼 눈과 강한 바람, 시야장애 등 세 가지 요인 중 한 가지만 있어도 항공기 운항이 어려운데 제주공항은 세 가지 요인이 모두 장기간 영향을 미치면서 42시간이나 폐쇄됐던 것이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제주공항 사태는 폭설대응에 미흡했다기보다는 예상을 벗어난 범위의 눈이 지속적으로 오고 강풍까지 겹쳤기 때문”이라며 “제주공항에 이렇게 사흘간 눈이 퍼부은 적이 없는데다 바닷가에 인접하다보니 순간돌풍이 다른 공항보다 강하다는 점도 악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자연재해로 인한 결항은 항공사의 책임이 없어 보상이 안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항공소비자 보호기금 조성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공항이용료 등에서 평소에 조금씩 자금을 모아 이번 제주공항 사태와 같은 비상상황시 활용하자는 개념이다.
이 교수는 아시아나항공에서 엔지니어로 4년, 국토교통부 항공파트에서 23년을 근무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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