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확산 뒤엔 부실한 방역·의료 시스템 있었다

메르스 확산 뒤엔 부실한 방역·의료 시스템 있었다

입력 2015-06-02 16:16
수정 2015-06-02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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쫓아가는 감염병 대응체계, 환자수 증가 못 막아비좁은 감염병동에 환자·보호자 북적

발생 초기 전염력이 약하다는 정부의 판단에도 불구하고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환자가 연일 증가하는 배경에는 부실한 방역 체계와 부족한 공공의료 시스템이 있었다는 지적이 많다.

감염병이 발생하는 상황을 본 뒤 그에 맞춰 통제 수준을 조절하는 방역 시스템이라서 메르스 발생 초기 감염환자가 적을 때 제대로 확산을 막지 못했다.

감염병을 치료할 공공병상이 부족한 것도 문제의 원인으로 지적된다. 좁은 병원 공간에 비해 환자 밀집도가 커서 바이러스의 전파 속도가 빨랐다는 것이다.

◇ 뒷북 대응이 감염 환자수 키워…선제적 방역시스템 필요

정부는 국내 첫 메르스 환자가 발생하자 전염병 위기경보 수준을 관심에서 주의로 격상하고 공항과 항만에서의 검역을 강화했다.

이와 함께 감염 환자와 2m 내에서 1시간 이상 같이 있었던 같은 병실 환자와 보호자, 그리고 감염 환자를 진료한 의사와 간호사 등을 밀접 접촉자로 분류하는 방역망을 가동했다.

이들 중 증상이 없으면 자가격리 조치를 취하고, 증상이 있으면 의심환자로 분류해 국가지정 격리병상으로 옮겨 관리를 해왔다.

하지만 통제 정도가 약했던 탓에 방역망을 뚫고 감염 환자가 발생했고, 초반 방역망은 쉽게 무너졌다. 같은 병실이 아니더라도 같은 병동 혹은 같은 층에 있던 환자들이 하나둘 생겨난 것이다.

이런 식으로 당초 자가격리자가 아니었으나 나중에 감염 환자로 확인된 사람은 2차 감염 환자 22명 중 15명이나 된다.

이처럼 초기 방역에 실패한 것은 감염병에 대응하는 방역시스템이 발병 초기 낮은 단계의 통제를 하다가 확산세가 심해지면 통제 수준을 높이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단계별로 통제 수준을 높이는 방식이 문제인 것은 아니다. 다만 초기 단계에 지나치게 느슨한 기준으로 통제를 했던 까닭에 방역망에 구멍이 너무 컸고 결국 25명의 감염 환자와 2명의 사망자가 발생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감염병 신고를 의료진 혹은 환자 개인의 ‘신고정신’에만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도 결과적으로 뒷북 대응을 하게 만드는 요인이 됐다.

환자와 의료진의 신고를 강제하는 법 조항이 있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과 의료진의 신고 의식은 높지 않은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국내 메르스 첫 환자 A(68)씨의 경우 의료기관 4곳을 거친 후에야 보건당국이 메르스 의심환자임이 신고했고, 이는 적지 않은 2차 감염 환자를 발생시키는 원인이 됐다.

◇ 감염병에 대한 공공의료 체계 강화해야

2차 감염 환자들의 상당수는 같은 병실이 아니라 같은 병동 혹은 같은 층의 병실에 있던 다른 환자들이나 이들의 보호자다.

전문가들은 예상과 달리 같은 병실 밖의 환자들이 무더기로 감염된 이유 중 하나로 병원 공간 내의 환자, 보호자 밀집도가 컸다는 점을 든다.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은 2일 성명을 통해 “감염병실이 1인실로 돼 있는 다른 나라의 경우와 달리 한국에서는 감염병실이 다인실인 경우가 많아 감염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감염병실에 환자, 보호자까지 북적이는 한국의 병원 현실과 이를 고려하지 않은 정부의 부실한 역학조사가 메르스 감염을 증폭시켰다”고 지적했다.

메르스 감염 환자들이 늘어나면서 국가지정 격리병상의 수용 능력에 대한 불안감도 적지 않다. 환자는 늘어나는데 정부가 위급한 시기에 통제·운용할 수 있는 공공병원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보건당국은 각종 감염병 치료를 위해 전국 17개 병원에 음압병상(바이러스가 밖으로 나가지 않도록 설계된 병실) 105개를 입원치료격리병상으로 확보하고 있다. 하지만 음압병상에 다인실이 포함돼 있어 1명씩 격리치료를 해야 하는 메르스 환자를 몇 명이나 수용할 수 있는지 불투명하다.

이와 관련해 보건당국은 전국 공공의료기관에 메르스 환자를 수용할 추가 병동을 확보하는 데 나섰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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