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공사화하되 복지부 산하에”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공사화하되 복지부 산하에”

입력 2015-01-25 10:27
수정 2015-01-25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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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형표장관 연합뉴스 인터뷰서 큰 방향 시사

보건복지부가 500조원의 거대 기금으로 성장한 국민연금 기금운용조직을 국민연금공단에서 분리해 별도의 투자전담공사로 만들어 독립시키되, 지금처럼 복지부 관리감독 아래 그대로 남겨두는 방안을 적극 검토중이다.

문형표 복지부 장관은 25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국민연금기금을 운용하는 전문적인 기구가 필요하며, 필요하다면 현재의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를 공사화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이런 방향의 기금운용체계 개편안을 2월말 내놓고 3월중 정부부처 간 협의를 거쳐 정부안을 마련한뒤 4월께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기금운용 지배구조 개편을 둘러싼 논의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 왜 손질하려하나…”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

복지부가 기금운용체제를 손질하려는 것은 국민연금기금 규모가 국내외 금융시장과 국가경제에 끼치는 영향이 엄청날 정도로 커졌기 때문이다. 국민연금기금은 연금제도가 도입된 1988년 출범 당시 운용자산 규모는 5천300억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제도가 무르익으면서 기금규모는 눈덩이처럼 커졌다. 2000년대초 50조원대에 머물렀던 기금은 2003년 100조원을 처음 넘어선 데 이어 ▲ 2007년 200조원 ▲ 2010년 300조원 ▲ 2013년 400조원으로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2014년 10월 말 기준 국민연금의 운용자산은 460조원까지 불었다. 올해는 500조원을 돌파할 전망이다.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06년말 20.8%, 2009년말 26%, 2013년말 29.9% 등으로 상승했다.

해마다 주식투자비중을 확대하면서 주식시장 비중 역시 2006년말 2.7%에서 2009년말 3.7%, 2013년말 6.4% 등으로 올랐다. 그야말로 주식시장의 큰손이다.

문 장관은 “세계 3위안에 들 정도로 500조원으로 성장한 기금을 어떻게 운용하느냐에 따라 국민연금의 성공과 실패가 달렸다”면서 “(운용을 잘 못해서) 500조원이 무너지면 연금제도는 끝나는 것”이라고 기금운용체제 개편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현재는 국민연금공단이 산하에 있는 기금운용본부를 통해 기금을 운용하고 있다. 이에 대해 문 장관은 기금운용조직 규모 등에서 급변한 시대환경에 맞지 않는 기금운용방식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현재 기금운용본부 인력 상황은 한사람당 기금운용규모가 2조2천억원에 달할 정도로 열악하다고 문 장관은 지적했다.

기금규모가 크지 않을 때는 보험료를 거두고 수급자에게 연금을 지급하는 일을 주로 하는 국민연금공단이 부수적으로 기금을 운용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으로 바뀌었다는 것.

문 장관은 “금융전문성과 책임성을 갖고 기금을 운용하는 기관이 필요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제대로 된 투자전담조직에서 운용비용이 조금 더 들더라도 기금운용의 수익성과 안전성이 확대된다면 더 큰 경제적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그는 강조했다.

기금운용을 잘하면 국민연금에 대한 국민 신뢰도 높아질 것이라고 문 장관은 설명했다.

하지만 기금운용본부를 기금운용공사로 만드는 방안을 두고서는 찬반논란이 분분하다. 투자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으려면 독립 투자전담운용조직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단지 수익률을 올리고자 금융투자자들의 수중에 국민의 소중한 노후자금을 오롯이 맡기는 것은 위험한 선택이라는 반대론도 적지않다.

이를테면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때 마이너스 20% 이상으로 곤두박질 쳤던 해외 연금기금들의 투자실패사례에서 보듯이, 금융시장이 위기에 빠졌을 때 위험자산에 투자해 막대한 손실을 보면 국민연금에 대한 국민불신은 더욱 깊어질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 공사화하되 복지부 산하기관으로

복지부는 기금운용의 독립성과 전문성, 책임성을 강화하는 쪽으로 기금운용본부를 개편하되 지금과 마찬가지로 그대로 복지부 산하에 두는 방안에 무게를 두고 있다. 기금운용과 연금제도운영 체제를 분리하는 게 오히려 비효율을 낳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기금운용 전담기구를 어느 부처 소관으로 둘 것이냐를 둘러싸고는 정부부처 간 힘겨루기가 벌어지고 있다. 기획재정부 등 경제부처는 적립기금을 굴리는 기금운용본부를 떼어내서 자신의 산하기관으로 가져가려고 물밑에서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복지부가 기금운용본부를 공사화하되 그대로 복지부 산하기관으로 남기겠다는 뜻을 강하게 내비친 것은 일부 경제부처에 행보에 대한 견제로 해석된다.

문 장관은 “별도 기금운용공사를 지금처럼 복지부에 둘 것이냐, 기재부에 둘 것이냐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다는 사실을 잘 알며 토론해야 할 부분”이라면서도 “복지부로서는 투자전담기구가 생기더라도 기금운용이 제도운영과 연결되어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문 장관은 “기금의 운용 목표가 무엇인지 만들어놓고서 기금운용공사에 넘겨줘야 하며, 기금운용 따로, 제도 따로 부처를 달리하는 것은 효율적이지 못하다”고 쐐기를 박았다.

최광 국민연금 이사장도 거들었다. 최 이사장은 “(기금을 국민으로부터 거두는 과정을 생각해볼 때)자금의 원천과 완전히 분리된 곳이 기금운용을 담당하면 안 된다”며 “어떻게 보험료가 징수되는지 모르는 곳이 기금운용을 하는 것은 합당하지 않다”고 말했다.

현재 국민연금 지배구조의 정점에는 복지부 장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국민연금 최고의결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가 있다.

정부 안팎에서는 비상설기구여서 유명무실한 기금운용위를 상설화해 가입자의 대표성과 전문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많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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