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엔화 움직임 모니터링할 것”
일본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자민당 등 연립여당이 지난 14일 치러진 총선(중의원선거)에서 압승하면서 아베노믹스 기조가 한동안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이에 따라 한국의 수출기업은 앞으로 엔화 약세 등 충격에 대비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제기됐다.
일본이 재정부담으로 엔저 추세를 완화할 수도 있지만, 아베노믹스가 궁극적인 목표로 하는 구조개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우리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이 클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 엔화 약세 강화…한국 수출기업에 ‘충격’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은 15일 “일본이 양적완화 규모를 더 늘릴 수도 있어 단기적으로 엔화 약세의 추세가 더 강해지고 빨라질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총선 압승으로 아베 총리가 현 정책을 밀고 나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으며, 이에따라 일본은행(BOJ)이 오는 18∼19일로 예정된 금융정책회의에서 확장적 통화정책을 지속하겠다는 신호를 보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 실장은 또 “중장기적으로는 현재 성패를 장담하기 힘든 아베노믹스가 구조개혁에 실패할 경우 우리나라에 큰 여파를 미칠 것”이라며 “수출기업은 앞으로의 충격에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임노중 아이엠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아베 정권은 엔화 약세를 더욱 강하게 밀어붙일 것이다. 통화완화 정책 외에는 더 이상 내놓을 것이 없다”며 엔화 약세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그는 “최근 국제유가가 떨어지고, 그리스 쪽에서 불안감이 있어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높아지는 바람에 엔화가 강세로 돌아섰는데 계속되기는 어렵다”며 “엔·달러 환율은 연말 120엔 수준, 내년에 125엔 정도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도 “기존 정책이 강화된다고 봐야 한다. 한국 경제의 문제가 돼왔던 엔저 역시 추가적 통화완화 등을 통해 강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 일본 재정부담에 엔저 완화 가능성도 제기
엔화 환율 추이에 대해서는 정부 당국에서 신중론도 제기된다.
최근까지 지속된 양적완화 정책으로 일본 정부가 재정 부담을 느끼는 만큼 엔화 약세가 한풀 꺾일 수 있다는 것이다.
기획재정부 한 관계자는 “엔화 움직임은 양쪽 측면이 다 가능할 수 있다”며 “아베 정권이 일단 2차 소비세 인상을 연기한 뒤 재정부담 등을 고려해 엔화 약세가 오히려 완화될 것이라는 분석도 있어 시장 움직임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엔저보다 더 무서운 것은 일본 경제가 안 좋아지는 것”이라며 “이런 측면에서는 일본 여당이 경제 정책을 제대로 할 여건이 마련될 수 있다는 점에서는 좋은 뉴스다. 불확실성이 커지는 것보다는 낫다”고 분석했다.
한국은행의 한 관계자는 “엔화 약세가 심화하는 현상을 간과할 수는 없지만, 일본이 엔저를 무한정 끌고 갈 수는 없다. 벌써부터 볼멘소리를 하는 일본 기업들이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아베 정권에게는 이제 아베노믹스의 ‘세번째 화살’, 즉 구조개혁만 남아있는데 이것이 성공하지 못하면 일본 경제는 더 어려워진다”며 “우리 기업들은 비효율적인 기업이 퇴장하는 등 체질 강화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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