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문 확산… 동양그룹 사태 어떻게 되어 가나
동양그룹의 기업어음(CP) 발행이 2010년 12월 발생한 LIG그룹 총수 일가의 CP 사기 사건처럼 형사법상 처벌을 받으려면 CP 발행 시점부터 따져 봐야 한다. 사기죄는 형법상 목적범이다. 오너 일가가 자기 지분을 빼내오기 위해 CP를 발행했느냐, 즉 사익 편취 여부가 쟁점이다. 또한 이번 동양그룹 사태처럼 그룹이 법정관리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경영진이 알고도 발행했는지도 중요하다.3일 금융계에 따르면 LIG는 사전에 법정관리 신청 계획을 세운 뒤 이를 숨긴 채 3437억원의 CP를 발행했다. 법정관리가 신청되면 2006년 제정된 ‘통합도산법’에 따라 채권상환 중지 상태에서 기존 경영자가 경영을 계속할 수 있고, 투자자들만 피해를 본다. 반면 동양은 지난 7월과 9월 총 1569억원의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을 발행한 뒤 최장 3개월이 지난 상태에서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따라서 발행 이전에 법정관리 계획이 드러나야 한다.
LIG의 경우 “법정관리 3개월(9월) 전에 기업을 포기했다”는 검찰의 주장은 기각됐지만, 결정적인 증거인 분식회계 장부가 드러났다. 구자원 LIG넥스원 부회장 주도로 CP 발행 후 법정관리 준비 사실을 속이기 위해 분식회계를 한 것이다.
두 사건의 피해자들 문제에서도 미묘한 차이가 있다. LIG의 피해자는 일반인을 포함해 800명이었는데, 동양은 일반인 중심으로 4만여명이 넘는다. 즉 이런 사건은 집단소송이 어려워 개별 소송을 제기해야 하는데, 변호사 비용과 재판 기간 등에서 일반인들이 감당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LIG의 경우 변호사 출신의 피해자가 제출한 배상 책임에 대해서는 “위험성을 알 만큼 지적 수준이 높다”는 이유로 기각됐고, 80대 여성 2명이 제기한 소송에서는 “판매 증권사에 30% 책임이 있다”는 판결이 났다. 따라서 동양의 경우 피해 배상을 받기가 그리 만만치 않다. 실제 지난달 13일 열린 LIG 일가에 대한 선고공판에서 일부 피해자들이 제기한 배상명령 신청도 각하되고 말았다.
아울러 LIG의 경우 CP 불완전 판매의 책임이 LIG그룹과 관련 없는 우리투자증권이었지만, 동양은 계열사인 동양증권이라는 점도 문제다. 투기자본감시센터 공동대표인 이대순 변호사는 “동양증권이 계열사로서 고의적 책임이 드러나면 투자자 피해에 100% 책임을 져야 한다”면서 “다만 불완전 판매만으로는 투자액의 절반도 받아 내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은 동양시멘트의 법정관리 결정에 대해 “지난달 30일 저녁 6시 넘어 현금 5억원을 빌려 부도를 막을 만큼 긴박한 상황에서 결정됐다”면서 “이는 투자자들과 중소 협력사들의 연쇄부도를 최소화할 수 있는 최후의 선택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동양 임직원들의 모든 의사결정은 나의 판단과 지시로 이뤄진 것”이며 “동양증권 직원들도 회사의 금융상품을 온 힘을 다해 파는 소임을 다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김경운 기자 kkwoon@seoul.co.kr
2013-10-04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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