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판 보물섬’ 조세피난처란 무엇인가

‘현대판 보물섬’ 조세피난처란 무엇인가

입력 2013-05-22 00:00
수정 2013-05-22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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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세율과 비밀주의로 전 세계 부자고객 끌어들여

현대판 보물섬으로 불리는 조세피난처의 핵심은 낮은 세율과 비밀주의다.

소득세와 법인세를 물리지 않거나 아주 낮은 세율로 과세하고 이런 혜택을 받은 이들이 누구인지 절대로 밝히지 않는다.

바하마, 버뮤다, 케이맨 제도 등 조세를 부과하지 않는 국가들이 ‘조세천국(Tax Paradise)’, 홍콩, 파나마, 라이베리아 등 극히 낮은 세율을 부과하는 국가들은 ‘조세 피난처(Tax Shelter)’로 부른다.

룩셈부르크, 네덜란드, 스위스 등은 비과세는 아니지만 특정 기업이나 사업활동에 세금 상 특혜를 주는 ‘조세 휴양지(Tax Resort)’다.

역외 탈세는 대부분 개인이 아닌 기업을 통해 이뤄진다. 철저하게 금융 비밀주의를 보장하는 조세피난처에 특수목적법인(SPC) 등을 세운 뒤 자금을 반출시켜 세금과 금융규제를 효율적으로 피하기 위해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2009년 주요 20개국(G20)의 금융정상회의에 맞춰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조세피난처에 숨겨진 자산은 최소 1조7천억달러에서 최대 11조5천억달러에 이른다.

전문가들은 세계가 금융위기의 여파에서 조금씩 벗어나면서 이 규모가 더욱 커지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처럼 부자들이 조세당국과 숨바꼭질을 해온 역사는 뿌리 깊다.

고대 그리스에서 무역상들은 외국산 물품에 부과되는 세금을 피하려고 주변 섬을 이용했다. 1차 세계대전 당시에는 유럽의 각국 정부가 전쟁비용을 마련하고자 급격한 증세를 하면서 조세피난처가 본격적인 탈세의 온상이 됐다.

국제화 흐름에 맞물려 세금 추적을 피하는 수법도 나날이 진화하면서 국제사회의 공조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OECD는 2000년 파나마, 모나코, 리히텐슈타인 등 35개 국을 교역 및 투자위험 지역인 ‘비협조적 조세피난처’ 명단에 올려 탈세와의 전쟁에 나섰다. 2009년에는 영국령 버진아일랜드, 케이맨 제도, 제도 등 42개 국을 명단에 포함시켰다.

비협조적 조세피난처 지정에서 해제되려면 OECD 정보교환기준을 수용해야 한다.

OECD 기준은 조세정보 뿐 아니라 금융정보도 교환 대상으로 한다. 정보 요청을 받은 국가는 해당 정보가 조세 목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해서 정보 제공을 거절할 수 없도록 했다. 각국은 이러한 정보교환 협정을 최소 12개국과 체결해야 한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2012년 12월 기준으로 OECD가 공식 지정한 조세피난처는 남태평양의 영국령 나우루(Nauru)와 뉴질랜드령 니우에(Niue) 두 곳”이라며 “나머지 국가들은 OECD의 기준을 받아들여 제외됐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국제탐사언론인협회(ICIJ)가 버진아일랜드에 금융계좌를 보유한 전 세계 유명인과 페이퍼컴퍼니의 명단을 공개하며 각국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지난 4월 워싱턴에 모인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들은 모든 금융당국(jurisdiction)이 ‘다자간 조세행정공조협약’에 가입할 것을 촉구했다.

이 협약은 역외 탈세를 막기 위한 대표적인 국제공조의 산물로, 가입 시 금융정보를 자동으로 교환할 수 있으며 현재 43개 국이 서명했다. G20 회원국 중에선 중국과 사우디아라비아만 가입하지 않았으며 한국은 작년 7월 가입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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