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창식 승부조작 사건 수사하는 경찰 “전직 프로 출신 브로커 개입”
”승부조작에 가담했다”며 구단과 KBO에 자진신고를 한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 좌완 투수 유창식. 유창식은 한화 이글스 소속이던 지난 2014년 4월 1일 대전구장에서 열린 홈 개막전 삼성 라이온즈와 경기에 선발 등판해 1회초 상대 3번타자 박석민에게 의도적으로 볼넷을 내줬다. 유창식은 승부조작에 가담해 브로커로부터 500만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한국 프로야구가 현역 선수들의 잇따른 승부조작 가담에 크게 술렁이고 있다. 파문이 확산되는 가운데 일부 구단은 “우리 선수 중에는 없다”고 자체 조사 결과를 밝혔으나 구단 스스로도 완전히 신뢰하지 못하고 있다.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 좌완 투수 유창식(24)이 승부조작 사실을 자수한 뒤로 KBO리그는 ‘또 다른 승부조작 연루자가 나올 것’이란 소문에 떨고 있다.
불길한 조짐도 있다. 유창식의 국민체육진흥법 위반 혐의 사건을 수사 중인 경기북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브로커로 전직 야구선수 A씨가 개입한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라면서 “A씨는 4∼5년 전 은퇴한 선수 출신”이라고 25일 밝혔다.
A씨는 유창식을 승부조작에 끌어들인 브로커다.
4∼5년 전에 은퇴한 선수라면 선·후배 관계로 얽힌 현역 선수와의 접점도 많을 것으로 보인다. A씨가 유창식 외에도 승부조작 미끼를 던졌을 가능성이 높다.
승부조작 혐의로 이미 검찰 조사를 받는 이태양(NC 다이노스)과 문우람(넥센 히어로즈), 최근 자진 신고한 유창식 외에는 승부조작 연루자가 없다고 믿는 야구 관계자는 거의 없다.
유창식의 자수가 없었다면 유창식이 연루된 사건도 ‘미제 사건’으로 남을 뻔했다. 경찰은 유창식의 승부조작 관련 첩보를 입수해 내사에 착수했다. 하지만 유창식의 계좌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 신청이 소명 부족으로 기각되면서 내사 종결을 앞둔 상황이었다.
경찰은 이달 초 KBO 관계자를 불러 정보를 모으기도 했다.
당시 경찰을 만난 KBO 관계자는 “당시에는 경찰이 정말 기본적인 것만 물었다. 투수는 어떤 역할을 하는가 등의 질문을 받았다”면서 “경찰이 먼저 ‘내사’라는 얘기를 꺼내지 않았지만, 승부조작에 관한 내사를 진행 중이란 걸 알고 있었다. 내사 대상자가 유창식이란 말도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경기북부경찰청 관계자는 “내사 대상 야구선수가 한 명”이라고 못박지 않았다.
이제 선수는 동료 선수를, 구단은 선수를 믿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상황에서 또 다른 승부조작 연루자가 나올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KBO 관계자는 “다음달 12일까지 선수단, 구단 임직원을 비롯한 전체 프로야구 관계자들의 자진신고 및 제보를 받는다. 해당 기간에 자진 신고한 당사자는 영구 실격 하지 않고 사안에 따라서 2∼3년간 관찰 기간을 두고 추후 복귀 등의 방식으로 제재를 감경할 예정”이라면서 “과거 승부조작에 연루된 선수가 있다면 빨리 자진신고를 해야 최악의 상황을 피할 수 있다”고 밝혔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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