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조작에 가담했다”며 구단과 KBO에 자진신고를 한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 좌완 투수 유창식. 유창식은 한화 이글스 소속이던 지난 2014년 4월 1일 대전구장에서 열린 홈 개막전 삼성 라이온즈와 경기에 선발 등판해 1회초 상대 3번타자 박석민에게 의도적으로 볼넷을 내줬다. 유창식은 승부조작에 가담해 브로커로부터 500만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프로야구 선수들이 승부조작에 가담하게 된 배경에는 불법 스포츠도박 사이트가 있다.
승부조작 사건이 터질 때마다 관계자들은 사과 성명을 발표하면서 재발 방지를 위해 예방 교육, 징계 강화 등을 약속했지만 공염불에 그쳤다는 전문가 지적이 끊이질 않는다.
승부조작의 근본 원인인 도박 사이트가 활개 치는 한 이와 같은 사건은 더욱 치밀해진 수법으로 음지로 숨어들어 번창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자칫 잘못하면 KBO 리그가 승부조작 파문으로 위상과 인기가 급락한 이탈리아 프로축구 세리에A나 대만 프로야구의 전철을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이번 사건을 수사한 창원지검 특수부에 따르면 이태양은 지난해 5월 29일자 경기에서 ‘1이닝 1실점’을 해주는 대가로 브로커로부터 2000만원을 받았다.
이 브로커는 도박 사이트 베팅방 운영자에게 이 사실을 전달, 차명ID 수십개를 만들어 ‘1회 실점’에 1억원을 걸어 배당금 1억원을 챙겼다.
이들이 승부조작에 가담한 방법은 4년 전 프로야구를 덮친 승부조작 파문 당시 수법과 같다.
2012년 LG 트윈스 투수 김성현과 박현준은 돈을 받고 경기 내용을 조작했다.
이들은 브로커로부터 수천만원을 받고 수차례에 걸쳐 1회 첫 타자에게 볼넷을 내줬다.
이밖에 2012년 프로배구 전·현직 선수 16명의 승부조작이나 2011년 전·현직 프로축구 선수 58명이 연루된 승부조작 사건 당시에도 그 배후에는 불법 도박 사이트가 꽈리를 틀고 있었다.
선수나 감독이 불법 도박에 직접 베팅해 구설에 오른 사례도 있다.
2013년에는 당시 프로농구 원주 동부 감독이던 강동희가 브로커로부터 돈을 받고 4경기를 연달아 지는 방식으로 승부를 조작했다.
전창진 전 KGC인삼공사 감독은 2015년 5월 불법 도박 사이트 베팅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았으며 같은 팀이었던 오세근 등 프로농구 선수 11명도 같은 혐의로 입건됐다.
이처럼 적게는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의 연봉을 받는 프로선수들이 계속 불법 도박에 연루되는 이유는 인터넷 불법 도박의 규모가 그만큼 거대하기 때문이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에 따르면 우리 일상에서 인터넷과 스마트폰 비중이 커지면서 불법 스포츠도박 규모는 2015년 21조 8000억원에 달했다.
전체 불법 도박 규모인 83조 7000억원에서 약 4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스포츠도박은 그 비중이 크다.
경찰에 따르면 2015년 접수한 전체 사이버 도박 관련 범죄는 총 3365건이다.
전문가들은 207만명 정도가 불법 사이버 도박 범죄에 노출되어 있다고 추정한다.
이는 어디까지나 성인을 대상으로 한 추정치이기 때문에 미성년자를 포함할 시 이 수치는 높아질 수 있다.
이처럼 많은 사람이 스포츠도박에 빠져있는 이유는 합법인 스포츠토토와 달리 베팅액 제한에서 비교적 자유로워서 고액의 베팅이 가능해 ‘한탕주의’ 심리를 부추기고 가입 등도 간소해 접근성이 좋다는 데 있다.
현재 드러난 브로커-선수 연계 승부조작 사례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불법 스포츠도박 사이트는 계정을 해외에 두고 회원제로 폐쇄적 운영을 하면서 주소도 자주 바꿔 경찰 단속만으로는 근절이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전문가들은 처벌보다 적극적 예방 정책이 더 효과가 있다는 입장이다.스포츠토토를 활용해 음지가 아닌 양지에서 합법적으로 게임을 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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