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뜨거운 박수 보낸 ‘챔피언’ 태극전사들

미국에 뜨거운 박수 보낸 ‘챔피언’ 태극전사들

입력 2015-11-22 00:06
수정 2015-11-22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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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전 ‘미국·일본 자극하는 세리머니 하지 말자’ 다짐

‘챔피언’ 태극전사들은 성숙했다.

우승의 기쁨을 만끽하면서도 혹여나 미국 선수들이나 일본 관중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행동은 일절 삼갔다.

오히려 준우승 메달을 목에 거는 미국 선수들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한국은 21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15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결승전에서 미국을 8-0으로 격파했다.

마무리투수 조상우(21·넥센 히어로즈)가 9회말 2사 후 마지막 타자를 루킹 삼진으로 처리하면서 대회는 한국의 우승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더그아웃의 태극전사들은 일제히 마운드에 올라 기쁨을 누렸다.

선수들은 김인식 감독과 주장 정근우(33·한화 이글스)를 차례대로 헹가래친 뒤 기념 촬영을 했다.

많은 한국 팬들이 일본 야구의 심장 도쿄돔을 찾아 ‘대한민국’을 연호하며 분위기를 돋우었다.

하지만 선수들은 챔피언답지 않게 차분했다.

큰 점수 차로 이미 우승이 확실시되는 상황이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이유가 있다.

주장 정근우는 결승전에 앞서 선수들에게 ‘우리가 우승하더라도 상대방을 자극하는 세리머니는 절대 하지 말자’고 신신당부했다.

국제대회에서 한국이 우승했을 때 거의 어김없이 선수들이 휘날리거나 온몸에 감고, 마운드에 꽂기도 했던 태극기도 이날은 그라운드에서 볼 수 없었다.

정근우는 결승전을 앞두고 태극기를 준비하는 후배들을 오히려 만류했다.

우승 문턱에서 무릎을 꿇고 좌절해 있을 미국, 홈팬들의 일방적인 응원을 업고도 한국에 역전패해 결승전 진출에 실패한 일본을 의식한 배려였다.

실제 태극전사들은 이날 시상식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미국 선수들이 한 명씩 나와 주최측으로부터 은메달을 받을 때도 뜨거운 박수로 축하해주는 성숙함을 보였다.

챔피언에 오른 태극전사들은 도쿄돔에 울려 퍼지는 ‘위 아 더 챔피언(we are the champion)’ 노래를 들으며 자신들을 향해 열광하는 한국 관중에게 고마운 마음을 담아 모자를 벗어 목례했다.

선수들은 우승의 공을 서로에게 돌렸다.

‘도쿄 대첩’의 주인공 이대호(33·소프트뱅크 호크스)는 “후배들에게 ‘대만에서 끝낼 수 없다. 도쿄까지 가자’고 했다”며 “실제 후배들이 열심히 해준 덕분에 도쿄에 와서 우승까지 했다”고 밝혔다.

결승전에서 테이블세터로서 역할을 톡톡히 한 이용규(30·한화 이글스)는 “그동안 팀에 너무 도움이 못 돼서 미안했다”고 말했다.

대회 최우수선수(MVP)로 뽑힌 김현수(27·두산 베어스)는 “(이)대호형이 준결승전에서 역전 적시타를 못 쳤으면 결승전에 못 올라왔을 것”이라면서 “대호형한테 정말 고맙다”며 환하게 웃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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