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못 보는 아버지는 “신의현” 환호 소리에 눈물 쏟아냈다

아들 못 보는 아버지는 “신의현” 환호 소리에 눈물 쏟아냈다

박기석 기자
박기석 기자
입력 2018-03-11 17:56
수정 2018-03-12 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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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메달 딴 신의현 일으킨 가족

대학 졸업식 전날 트럭 교통사고…두 다리 잃고 못된 마음도 여러번
어머니·베트남서 온 아내 헌신에 노르딕스키로 전향 3년만에 쾌거
시각장애 아버지 “아들 노력 감격”
11일 강원 평창 바이애슬론센터에서 열린 평창동계패럴림픽 크로스컨트리스키 남자 좌식 15㎞에서 3위로 결승선을 끊은 신의현(오른쪽)이 배동현 선수단장에게 축하를 받으며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평창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11일 강원 평창 바이애슬론센터에서 열린 평창동계패럴림픽 크로스컨트리스키 남자 좌식 15㎞에서 3위로 결승선을 끊은 신의현(오른쪽)이 배동현 선수단장에게 축하를 받으며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평창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우리 아들 의현이가 경기하는 모습을 볼 순 없지만 응원하는 소리만 들어도 정말 좋아요. 어제도 오늘도 내내 울기만 했습니다.”
지난 10일 바이애슬론 남자 7.5㎞ 좌식에서 5위에 그친 뒤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로부터 위로를 받으며 울먹이는 신의현의 아버지 신만균씨. 연합뉴스
지난 10일 바이애슬론 남자 7.5㎞ 좌식에서 5위에 그친 뒤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로부터 위로를 받으며 울먹이는 신의현의 아버지 신만균씨.
연합뉴스
11일 평창패럴림픽 크로스컨트리스키 남자 15㎞ 경기를 치른 강원 평창 알펜시아바이애슬론센터 관중석에서 신만균(71)씨는 조용히 경기장 소리에 집중하고 있었다. 가족과 친척, 고향 사람 등 30여명이 태극기와 응원 깃발, 플래카드를 흔들며 “신의현”을 외치던 터다. 신의현(38)이 한 바퀴를 돌아 관중석 앞을 달릴 때 옆에 있던 친척에게서 귀띔을 받고서야 있는 힘껏 손뼉을 치며 아들에게 힘을 불어넣었다. 시각장애를 갖고 있는 신씨는 “드디어 메달을 따 기쁘다”면서도 살짝 눈물을 내비쳤다. “어제 김정숙 여사가 경기장에 와서 응원하시고 의현이와 인사도 하셨다는 얘기를 듣고 아들이 정말 열심히 했다는 걸 알았다”며 이렇게 덧붙였다.

신의현은 이날 금메달을 놓친 것을 아쉬워했지만 그의 역경을 옆에서 지켜봤던 가족들은 금메달 이상의 기쁨을 누렸다. 신의현은 2006년 2월 대학교 졸업을 하루 앞두고 1.5t 트럭에 치이는 사고를 당했다. 의사는 두 다리를 절단해야 그를 살릴 수 있다고 진단하면서도 생존율로 따지면 20%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대수술 끝에 기적적으로 의식을 되찾은 신의현은 두 다리를 잃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3년간 우울증에 시달렸다. 못된 마음도 여러 번 먹었다.

신의현을 나락에서 구원한 건 가족과 스포츠였다. 어머니 이화갑(68)씨는 “어떤 상황에서도 행복하게 살 수 있다”며 그를 다독였고, 베트남에서 온 김희선(31)씨와 결혼을 주선했다. 아내 김씨도 남편이 재활에 집중할 수 있도록 시부모를 모시며 농사를 돕고 딸과 아들을 길러냈다.

믿음직한 성원으로 재활에 나선 신의현은 지인의 권유로 휠체어 농구를 접했고 강한 승부욕과 뛰어난 운동신경을 바탕으로 장애인 아이스하키, 휠체어 사이클 등 장애인 스포츠를 섭렵하기 시작했다. 2015년 노르딕스키 선수로 전향한 그는 민간기업 최초의 장애인 실업팀인 창성건설 노르딕스키팀에 합류했고, 6개월 만에 전국장애인동계체육대회에서 3관왕을 달성하며 두각을 나타냈다. 지난해 1월 우크라이나 리비프에서 열린 노르딕스키 월드컵 크로스컨트리 5㎞ 남자 좌식과 크로스컨트리 15㎞ 남자 좌식에선 한국 사상 처음으로 월드컵 금메달을 획득하는 쾌거를 거뒀다.

이날 경기 내내 힘껏 아들의 이름을 연호하던 어머니 이씨는 동메달 확정에 한때 입을 떼지 못했다. 이씨는 “정말 기쁘다”면서도 금메달을 따겠다는 각오로 고통스러운 훈련을 견뎠으리라는 것을 알기에 “조금 아쉽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또 시력을 잃은 시아버지에게 먼저 달려가 “아버지 축하합니다. 울지 마세요”라던 아내 김씨는 “힘들었을 텐데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니 자랑스럽고 고맙다”며 울먹였다.

평창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2018-03-12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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