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무일 BBK 편지 ‘가짜’ 알고도 발표 누락 의혹

문무일 BBK 편지 ‘가짜’ 알고도 발표 누락 의혹

오세진 기자
입력 2017-07-24 08:56
수정 2017-07-2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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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무일 검찰총장 후보자가 2007년 대선 당시 ‘BBK 김경준씨 기획입국설’의 근거가 됐던 이른바 ‘BBK 편지’가 조작됐다는 사실을 알고도 이듬해 수사 결과를 발표할 때 이를 누락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당시 문 후보자는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으로서 ‘김경준 기획입국 의혹 등 BBK 관련 사건 수사’의 실무를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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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무일 후보자가 지난 5일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검찰청으로 들어서면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도준석 기자 pado@seoul.co.kr
문무일 후보자가 지난 5일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검찰청으로 들어서면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도준석 기자 pado@seoul.co.kr
문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가 예정돼 있는 24일 한겨레는 검찰의 BBK 사건 관련 수사기록 일부 내용을 인용해 2011년 자신이 가짜 편지를 썼다고 폭로한 신명씨가 2012년 검찰 조사에서 “(이미) 2008년 5월 28일 검찰 조사를 받을 때 ‘(가짜 편지를) 혼자 작성했다’고 자백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고 보도했다.

‘BBK 편지’는 2007년 말 김경준씨가 이명박 당시 한나라당 후보가 BBK 주가 조작 공범이라는 증거를 대겠다며 미국에서 국내로 입국하자, 당시 홍준표 한나라당 클린정치위원장이 김씨의 입국에 노무현 정부와 여당이 개입한 의혹이 있다며 그 근거로 제시한 물증이었다.

김경준씨와 같이 미국 감옥에서 수감 생활을 했던 신경화씨가 김씨에게 보냈다는 이 편지에는 “자네가 ‘큰집’하고 어떤 약속을 했건 우리만 이용당하는 것”이라는 등의 내용이 적혀 있다. 홍 전 위원장은 편지에 등장한 ‘큰집’이 정치권 배후를 일컫는 것이라며 거래 의혹을 제기했고, 이명박 후보는 이 편지로 국면 전환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명박 후보는 또 ‘BBK 주가 조작 사건’과 관련이 있다는 의혹을 받았으나 당시 검찰은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그를 기소하지 않고 김경준씨의 단독범행으로 결론을 내렸다.

그런데 신명씨에 이어 신경화씨도 ‘BBK 편지가 가짜’라고 털어놓은 사실 또한 검찰 수사기록에 등장한다고 한겨레는 전했다. 2012년 7월 검찰이 명예훼손과 위증, 사문서 위조 등 혐의로 고소당한 신명씨를 불기소처분 하면서 든 이유에도 “(2008년 3월 “편지가 진짜”라고 말했던) 위증 후 2개여월 만인 2008년 5월경 피의자 신명이 검찰 수사 과정에서 사실과 다르게 진술했던 부분을 스스로 바로잡았다”라는 대목이 들어 있다는 것이다.

문 후보자는 2007년 대선 뒤인 2008년 초 수사 실무 책임을 맡아 그해 6월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시 수사 결과 발표에서 검찰은 “김경준이 대선을 이용해 형사책임과 재산 박탈을 모면하려는 의도로 정치권과 일부 언론을 이용했다”는 결론을 냈지만, 당시 한나라당이 제기했던 기획입국설의 근거가 된 편지가 ‘가짜’였다는 사실은 언급하지 않았다. 대선판을 흔든 편지 조작 사실을 파악하고서도 이를 발표하지 않았다고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검찰 관계자는 “2008년 수사는 김경준씨 기획입국설 폭로에 대한 불법성을 따지는 수사였던 만큼, ‘가짜 편지’가 수사의 본류가 아니었다. 수사 결과 발표 당시 ‘가짜 편지’에 대한 보충질의와 이에 대한 응답까지 모두 준비했지만 기자들이 묻지 않아 설명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고 한겨레는 보도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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