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문체부 차관, 공판서 증언
실무자 “김종덕 ‘창비’ 지원 짜증김종덕(60·구속 기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문화계 블랙리스트 실행은 어렵다’는 실무자 보고에 “창작과 비평(창비) 같은 곳을 왜 지원하느냐. 차관과 상의하라”며 짜증을 냈다는 증언이 나왔다.
김모 전 문체부 예술정책관은 2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부장 황병헌) 심리로 열린 김 전 장관 등 3명의 2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지난 2015년 “문화계 블랙리스트 적용이 어렵다”고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한 상황을 증언했다.
김 전 정책관의 말에 따르면 그는 청와대 정무수석실로부터 문예지 창비 등이 배제된 리스트를 받고 김소영 당시 청와대 문화체육비서관을 찾아가 부당성을 주장했다. 그러나 ‘정무수석실에서 지시했다’는 설명을 듣고 김 전 장관을 찾아가 “배제를 풀어 달라”고 건의했지만 묵살됐다.
김 전 정책관은 김 전 장관이 “‘창비 같은 걸 뭘 지원하냐. 나는 (배제를 푸는 것을) 못한다. 차관하고 상의하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후 박민권 전 문체부 1차관이 정무수석실 관계자들을 만나 설득해 창비는 배제 명단에서 빠졌다.
그러나 김 전 정책관은 2015년 7월 말 비정기 인사로 대한민국예술원 사무국장으로, 사실상 좌천 인사가 났다.
박 전 차관도 이날 증인으로 나와 “2014년 2월쯤 한 보수 성향 인터넷 매체가 ‘문체부가 좌파와 종북 성향 도서를 우수도서로 선정했다’고 보도하자 ‘우수도서를 선정한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장의 사표를 받아내라’는 지시가 청와대에서 내려왔다”고 진술했다.
그는 ‘우수도서 선정에 문제가 없다’고 보고했지만, 유진룡 당시 문체부 장관은 “김기춘 실장이 누군가 책임져야 한다고 하니까 진흥원장의 사표를 받으라”고 지시했다. 다만 박 전 차관은 “실제로는 사표가 수리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2017-04-26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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