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소심 내란음모 무죄 선고 배경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에 대한 1심과 항소심의 판단은 내란 음모 혐의에서 크게 엇갈렸다. 1심에서 내란 음모·선동,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징역 12년을 선고받았던 이 의원은 항소심에서는 내란 음모 혐의가 무죄로 바뀌며 징역 9년으로 감형받았다. 검찰이 지하혁명조직 ‘RO’ 모임으로 규정한 회합 자리에서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발할 경우 국가 기간시설을 파괴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 선동에 해당하지만 내란을 실행하기 위한 합의 단계인 음모 수준까지 확장되지는 않았다는 판단에서다.보수·진보단체 법원 앞 항의시위
11일 오후 내란 음모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된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 등에 대한 항소심이 열린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 앞에서 대한민국 어버이연합 등 보수단체 회원들이 이 의원을 강력하게 처벌하라는 등의 구호를 외치고 있다. 반면 통합진보당 당원들은 법원의 유죄 판결에 반대하며 이 의원의 석방을 촉구했다. 이날 재판부는 이 의원에게 징역 9년 및 자격정지 7년을 선고했다.
또 다른 쟁점인 RO의 존재 여부에 대해서도 1심과 항소심의 판단은 달랐다. 이 의원 측은 RO가 국정원과 검찰이 만든 허구라고 주장했지만 1심은 RO가 명칭과 강령, 조직 체계, 가입 절차를 갖춘 실제 조직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제보자 진술의 신빙성은 인정하면서도 제보자가 직접 경험한 소모임 활동 외에 나머지 RO에 관한 내용은 추측성 진술에 불과하다고 봤다. 회합 참석자 130여명이 RO에 언제 가입하고 조직 지침에 따라 어떤 역할을 했는지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RO 존재가 입증되려면 합리적 의심이 없을 정도의 엄격한 증거가 뒷받침돼야 한다”면서 “확신에 이르지 못하면 비록 피고인의 주장이 모순되고 유죄가 의심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재판부는 회합 참가자들이 이 의원을 정점으로 하는 특정한 집단에 속하며 어느 정도 조직화된 다수라고 볼 수 있다는 단서를 달았다.
내란 음모 사건 재판에서 핵심인 내란 음모 혐의에 대해 무죄가 나왔음에도 중형이 선고된 것은 항소심 재판부가 이 의원이 대한민국의 존립·안전,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우선시해야 할 국회의원 신분임에도 공적인 정당 모임에서 국가 체제 전복을 논의하는 등 내란을 주도적으로 선동했다는 점을 심각하게 받아들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재판부는 “이 의원이 2003년 반국가단체에 가입해 활동한 일로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은 뒤 우리 사회로부터 2003년 특별사면과 2005년 복권을 통해 선처를 받았음에도 또다시 대한민국 체제 전복을 위해 같은 범행을 저질렀다는 점에서 엄중한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2014-08-12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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