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면 파악 어려워 단속 한계
“정책 개선해 유학생 등 활용해야”
해마다 비전문취업(E-9) 외국인 근로자 5명 중 1명꼴로 불법체류자 신분이 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인구절벽 위기 속에 정부는 내국인이 꺼리는 저임금 일자리를 채우고자 올들어 E-9 비자발급 규모를 역대 최대인 16만 5000명으로 늘렸다. 하지만 당국은 이들을 관리·통제 대상으로만 여긴채 단속만 되풀이하고 있어서 정책 패러다임을 바꾸지 않는다면 불법체류 노동자 규모가 감당하기 힘든 수준으로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일 법무부 등에 따르면 지난해 말 한국에 체류하는 외국인 근로자(E-9 기준) 31만 825명 중 불법체류자는 5만 6328명이었다. 불법체류율은 18.1%에 이른다. E-9 외국인 근로자들의 불법체류율은 해마다 20% 수준 안팎이다. 2020년 19.9%, 2021년 23.4%, 2022년에 20.6%였다. E-9 불법체류 신규 발생은 2021년 9295명, 2022년 9804명, 2023년 9340명에 달했다. 시범사업 2주만에 ‘잠수’를 탄 필리핀 가사관리사도 행정절차를 거쳐 이달 중 불법체류가 될 가능성이 크다.
비자 기간이 짧아 불법체류자가 늘어난다는 지적이 나오자 정부는 지난해부터 E-9 체류 기간을 4년 10개월에서 10년으로 늘렸지만, 여전히 9000명이 넘는 불법체류자가 나왔다. 정부는 단속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이지만, 한계는 분명하다. 지난해 말 불법체류자 42만 3675명 중 단속된 인원은 3만 9038명으로, 단속률은 9.2%였다.
전문가들은 외국인력 정책의 근본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창원 이민정책연구원 정책연구실장은 “불법체류자를 찾으려고 모든 사업장을 들여다보는 건 한계가 있다”면서 “인력을 급급히 데려올 게 아니라 한국어 능력이 뛰어나고 문화에 익숙한 외국인 유학생 등을 활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 유학생은 재학 중 음식업 보조, 일반 사무보조 등에서 아르바이트만 할 수 있다. 졸업 뒤 전문인력(E-7) 비자를 받아 사무·전문직에 취업할 수 있지만, 제조업과 건설업, 돌봄업 등에선 일할 수 없다. 이 실장은 “허용 업종을 늘려야 한다. 유학생은 불법체류율이 6%”라고 했다.
사업주 허가없이 사업장을 쉽게 변경할 수 없는 등 고용허가제가 갖고 있는 근본적 문제를 간과했기 때문이란 지적도 나온다. 최정규 변호사(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이주노동팀장)는 “임금 체불이 발생해도 바로 사업장을 바꿀 수 없을 만큼 선택권이 제한된다. 외국인노동자의 이탈 사유에는 제도적 문제점도 분명 있다”고 말했다.
2024-10-03 10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