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증원 변함없다” “차관 경질 전엔 복귀 안 해”… 강대강 평행선

“의대 증원 변함없다” “차관 경질 전엔 복귀 안 해”… 강대강 평행선

이현정 기자
입력 2024-04-15 23:36
수정 2024-04-15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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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닷새 만에 의정갈등 2라운드

복지부 “원점재검토 주장 수용 불가”
과학적 근거 바탕 통일된 대안 촉구
박민수 경질 요구엔 “타당치 않아”

의협 내부갈등 봉합… 전열 재정비
전공의 1360명, 공수처에 朴 고소
‘정부 업무개시 명령’ 인권위에 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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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이 1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자료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이 1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자료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총선 이후 의대 증원 이슈에 대해 침묵하던 정부가 15일 의료 개혁 의지를 확인했다. 여당의 총선 참패로 동력은 떨어졌지만 의대 증원은 끝까지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반면 전공의 1360명은 이날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을 직권남용 및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고소했다. 대한의사협회(의협)도 전날 온건파와 강경파 간 갈등을 봉합하고 전열을 재정비했다. 총선 이후 더 잃을 게 없어진 정부와 기세를 끌어올린 의사 단체가 ‘의정 갈등 2라운드’ 길목에 섰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이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 모두발언에서 “정부의 의료 개혁 의지는 변함없다”며 “의대 증원을 포함한 의료 개혁 4대 과제는 필수의료와 지역의료를 살리기 위한 선결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의료계를 향해 “집단행동을 멈추고 조속히 대화에 나서 주시길 바란다”며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한 통일된 대안을 조속히 제시해 달라”고 요구했다. 의료 개혁마저 지지부진할 경우 향후 국정 운영 동력 자체가 떨어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중대본 회의를 공개한 것은 총선 이후 닷새 만이다.

정부 관계자는 “정부 입장은 총선 전후로 달라진 게 없다”면서 “의료계의 원점 재검토 주장은 정부가 받을 수 있는 대안이 아니다”라고 힘줘 말했다. 의료 개혁의 큰 틀을 수정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그간 정부는 의대 증원 규모 조정 가능성은 열어 두되 원점 재검토는 수용할 수 없다고 선을 그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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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근영 전 분당차병원 전공의가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박 차관 집단고소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모습. 검은 옷을 입은 사직 전공의와 의대생들은 “세계 최고 한국의료 근거 없이 탄압하나”라고 쓴 피켓을 들고 단상에 올랐다. 도준석 전문기자
정근영 전 분당차병원 전공의가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박 차관 집단고소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모습. 검은 옷을 입은 사직 전공의와 의대생들은 “세계 최고 한국의료 근거 없이 탄압하나”라고 쓴 피켓을 들고 단상에 올랐다.
도준석 전문기자
의료계는 정부가 총선 패배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지금이 역공을 펼칠 적기라고 보고 화력을 집중했다. 고소인을 대표해 이날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기자회견을 한 정근영 전 분당차병원 전공의는 “박 차관이 의대 증원과 필수의료 패키지 정책을 주도하면서 초법적이고 자의적인 명령을 남발해 왔다”며 “박 차관 경질 전까지는 절대 병원에 돌아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정부가 힘이 빠졌을 때 치고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해 (고소) 날짜를 정했다”고 설명했다. 사직 전공의 류옥하다씨는 정부가 전공의들에게 내린 업무개시 명령이 신체·직업의 자유를 침해하는 조처라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냈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특정 공무원의 거취와 병원 복귀를 연계하는 것은 타당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고 일축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이날 여야정, 의료계,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보건의료계 공론화 특별위원회 구성을 제안했지만 의료계가 ‘원점 재검토’를 고수하는 이상 의료 대란을 끝낼 해법을 도출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정부는 증원 규모를 줄이더라도 전공의들이 복귀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이 소셜미디어(SNS)에서 의대 교수들을 공개 저격한 일로 전공의와 교수 갈등이 불거져 교수들의 중재를 바라기도 어렵게 됐다.

2024-04-16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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