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서울대병원을 찾은 환자가 자신의 고유번호가 적힌 접수증을 들고 외래 모니터에 뜬 호출 번호를 확인하며 진료실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제공 서울대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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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가 진료 순서를 기다리는 환자의 이름을 직접 호명하는 진료과 앞 흔한 풍경이 적어도 서울대병원에서는 사라진다. 서울대병원은 국내 최초로 환자의 이름을 부르지 않는 진료서비스를 시작했다고 22일 밝혔다. 환자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하기 위해서다.
그간 성형외과나 산부인과, 비뇨기과 등 환자가 자신의 정보를 드러내길 꺼리는 분위기가 역력한 진료과에서는 간호사가 환자의 이름을 불러 주변 사람도 듣게 될 때 수치심을 유발할 수도 있다는 문제가 있었다.
이름을 부르지 않는 대신 서울대병원은 환자에게 고유번호를 주고 번호를 호명하기로 했다. 환자가 진료 접수를 하면 당일 사용할 ‘A0000’이란 고유 번호를 부여한다. 이 번호는 채혈실, 각종 검사실, 약국, 마지막 수납까지 모든 외래 공간에서 동일하게 사용한다. 간호사도 ‘홍길동님, 들어오세요’가 아닌 ‘A0000님, 들어오세요’라고 호명하게 된다. 다만 진료 시에는 번호를 착각해 환자가 바뀌는 일이 없도록 이름을 불러 다시 확인한다. 서울대병원의 이런 시도는 다른 병원에도 확산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개인 정보가 갈수록 중요해지는 사회 분위기에서 환자 이름 없는 당일 고유번호 운영은 복잡한 외래 공간에서 환자들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시행 배경을 밝혔다. 간호사의 호명에 동명이인이 동시에 일어나 진료실로 걸어 들어가는 혼란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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