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용 인공혈관’ 예고된 대란… 美 고어사에 백기 든 정부

‘소아용 인공혈관’ 예고된 대란… 美 고어사에 백기 든 정부

이현정 기자
이현정 기자
입력 2019-03-10 23:38
수정 2019-03-11 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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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고 바닥에 소아 환자 수술 중단 위기

복지부, 본사 방문해 재공급 요청 계획

소아 심장 수술에 쓰이는 인공혈관 재고가 바닥나 소아 환자가 수술을 받지 못할 위기에 처하자 보건당국이 뒤늦게 합동 대응에 나섰다.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조만간 인공혈관을 독점 공급해 온 미국 ‘고어’(Gore)사를 방문해 ‘가격을 개선할테니 공급을 재개해 달라’고 요청하겠다고 10일 밝혔다.

인공혈관 대란은 예고된 사태였다. 고어사가 2017년 10월 한국 시장에서 철수한 이후 인공혈관 공급이 중단되자 대형 병원들은 미리 확보한 재고로 수술하며 근근이 버텨 왔다. 하지만 최근 재고가 소진돼 수술이 연기되는 등 빨간불이 켜졌다. 소아 심장 수술에 쓰이는 인공혈관은 고어사 제품 외에 대체품이 없다. 고어사는 인공혈관에 책정된 건강보험 수가가 낮아 수익성이 떨어진다며 철수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국내 소아심장병 환자들의 상황과 그동안 치료재료 가격제도 개선 등을 설명하여 한국 내 공급을 적극 검토해 줄 것을 요청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독점 공급자인 고어사의 반인권적 횡포도 문제이지만, 재고가 바닥나 속수무책이 되기 전에 정부가 더 빨리 고어사와 적극적으로 협상을 진행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지난 2월에도 고어사에 이메일을 보내 인공혈관 공급 재개를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해외에서 직접 소아용 인공혈관을 사들이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고어사와 계약한 국가에서만 판매할 수 있어 섣불리 움직일 수 없었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우선 병원끼리 인공혈관 재고를 공유할 수 있도록 협조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생명과 직결되는 치료 재료를 독점 공급하는 제조사가 공급 거부나 중단으로 환자의 접근권을 침해하지 못하도록 법적·제도적 대안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2019-03-11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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