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게릭병 원인, 외상성 말초신경 손상일 수도”

“루게릭병 원인, 외상성 말초신경 손상일 수도”

강경민 기자
입력 2019-02-22 09:32
수정 2019-02-22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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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신경 세포가 서서히 죽어가는 치명적인 질환인 루게릭병(ALS: 근 위축성 측삭경화증)은 외상에 의한 말초신경 손상에서 시작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국 일리노이대학 의대 신경·재활의학 전문의 제프리 레브 박사 연구팀은 루게릭병은 외상에 의한 작은 말초신경 손상이 서서히 척수로 퍼지면서 발생하는 것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고 사이언스 데일리가 21일 보도했다.

연구팀은 쥐 실험을 통해 이 같은 가능성을 제시했다.

루게릭병은 대부분 원인을 모른다. 루게릭병과 관련이 있는 변이유전자들이 발견되고 있지만, 이 변이유전자를 하나 이상 가진 환자는 전체의 10%에 불과하다. 나머지 90%는 원인 불명이다.

변이유전자 중 가장 많이 연구되고 있는 것이 SOD1 유전자다.

연구팀은 이 유전자가 변이된 루게릭병 모델 쥐로 실험을 진행했다.

이 쥐들은 이 유전자가 만드는 효소가 증가하면서 생후 15주부터 근육이 서서히 약화되는 루게릭병 유사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연구팀은 SOD1 변이유전자를 가진 쥐들과 정상 유전자를 지닌 쥐들(생후 10주)의 다리에 있는 말초신경 하나를 외과적으로 손상시켰다.

두 그룹 쥐들은 모두 말초신경이 다친 다리에 힘을 잃어갔다. 그러나 정상 그룹 쥐들은 1~2주 만에 다리의 힘이 완전히 회복된 데 비해 변이유전자 그룹 쥐들은 회복되지 못하고 다치지 않은 다른 다리마저 힘이 빠져갔다.

다리 말초신경이 손상된 쥐들은 혈중 염증 수치가 계속 올라가면서 손상된 말초신경과 관련이 있는 척수 부위에서 뇌의 면역세포인 소교세포(microglia)와 보조 세포인 성상세포(astrocyte)의 수가 늘어났다.

시간이 가면서 이웃의 신경세포까지 염증이 번지고 이 두 종류의 세포 수도 늘어났다.

소교세포는 여러 가지 기능을 가지고 있지만 그중 한 가지는 신경세포를 다른 신경세포와 연결하는 시냅스(synapse)의 가지들을 정리하거나 없애버리는 것이다.

염증과 소교세포의 수가 늘어난 곳의 신경세포들은 시냅스의 수가 최대 절반까지 줄었다.

신경세포가 이웃의 신경세포와 연결이 끊어지면 이웃의 신경세포마저 죽게 되며 이러한 연쇄반응이 루게릭병에서 나타나는 근육 약화가 전신으로 퍼져나가는 원인일 수 있다고 레브 박사는 설명했다.

실제로 루게릭병 환자 중에는 처음엔 손이나 다리 근육이 약화되기 시작해 점점 전신으로 퍼져나가는 환자도 있다고 그는 지적했다.

루게릭병은 운동을 담당하는 신경세포가 퇴행성 변화로 점차 소실되면서 근력 약화와 근육 위축으로 언어장애, 사지 무력, 체중감소 등의 증세가 나타나다가 결국 호흡 기능 마비로 사망에 이르는 치명적인 질환이다. 환자의 평균 생존 기간은 2~5년.

완치 방법은 없다. 현재의 치료법은 진행을 늦출 수 있지만 위축된 근육 기능을 유지 또는 회복시키지는 못한다.

루게릭병이란 명칭은 1930년대 미국의 유명 야구선수 루 게릭이 38세의 젊은 나이로 이 병에 걸려 사망하자 그를 기리기 위해 붙여진 이름이다.

이 연구결과는 신경학 전문지 ‘질병의 신경생물학’(Neurobiology of Disease) 최신호에 발표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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