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 3시 학부모 회의 오세요”…맞벌이 부모는 어떻게 가나요

“평일 3시 학부모 회의 오세요”…맞벌이 부모는 어떻게 가나요

박재홍 기자
박재홍 기자
입력 2017-03-29 22:34
수정 2017-03-29 2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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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일과 후 등 편리한 때 개최” 시행령 실천 2년간 1.3% 뿐

3~4월은 일하는 엄마·아빠에겐 고난의 계절이다. 학교운영위원회를 선출하는 학부모총회, 담임교사 면담, 학급 부모 모임 등등 쫓아다녀야 할 곳이 많아서다. 교육당국은 맞벌이 부모의 편의를 봐줄 방안들을 마련해 놨다지만 많은 부모들에겐 그다지 쓸모 없는 일이다. ‘아이를 맡겨놓고 어떻게 한번도 찾아가지 않느냐”는 학교와 주위의 눈총이 여전히 따갑기 때문이다.
올해 첫째 아이를 초등학교에 입학시킨 학부모 김모(38)씨는 29일 “학부모총회를 평일 낮에 열어서 이미 지난주에 휴가를 냈는데 담임교사 면담도 마지막 시간이 오후 4시 30분이어서 또 휴가를 내야 한다”며 “평일 오전에 열리는 학급 부모 모임까지는 못 갈 것 같은데 우리 아이만 소외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학부모 이모(40·여)씨도 “지난주에 초등학교 2학년 아들의 공개수업에 참가하려고 휴가를 냈다가 급한 업무로 못 가게 됐는데, 밤에 아이를 달래주느라 고생했다”며 “이번 학기에 도서관 책 정리 봉사도 하게 됐는데, 휴가를 낼 수 있을지 벌써부터 걱정”이라고 설명했다.

교육부는 2011년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해 ‘운영위원회 회의 일시를 정할 때는 일과 후, 주말 등 위원들이 참석하기 편리한 시간으로 정해야 한다’는 조항을 추가했지만 유명무실하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2015년 4월부터 2년간 야간이나 주말에 운영위를 개최된 경우는 1만 4442건 중 1.3%인 189건에 불과했다.

일선 학교들은 맞벌이 부부들을 제도적으로 배려하는 게 취지는 좋지만 다른 부작용을 만든다고 했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관계자는 “야간이나 주말에 운영위나 총회를 개최하면 많은 그 시간에 아이를 봐야 하는 많은 전업주부들이 불만을 토로한다”며 “학부모의 교통·도서관·청소 봉사 등도 교사 한 명이 모든 수업을 책임지는 상황에서 해법이 없다”고 말했다.

제도의 문제보다 사회적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학부모 임모(39·여)씨는 “학급 담임교사가 전화 면담도 가능하다고 알려왔는데 고민 끝에 아이를 맡긴 입장에서 얼굴을 내비쳐야지 싶어 무리해 휴가를 냈다”며 “나중에 들으니 전화 면담을 신청한 학부모가 없었다고 하니 오히려 안 찾아갔으면 후회할 뻔 했다”고 말했다.

수도권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마치 교사들이 학부모에게 면담이나 각종 봉사로 부담을 주는 것처럼 비쳐 답답하다”며 “너무 잦은 학부모 모임이나 교육 및 학급 활동까지 간섭하는 식의 도움은 교사 입장에서도 반갑지 않다”고 설명했다.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2017-03-3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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