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회의 참석한 교육부 장관
12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이준식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이영 교육부 차관은 이날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긴급 브리핑을 열어 “공무원으로서 부적절한 망언으로 국민 마음에 큰 상처를 남기고 전체 공무원의 품위를 크게 손상한 나 전 기획관에 대해 파면 조치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 차관은 “어떤 상황이었건 공직자로서 해서는 안 될 잘못을 저질렀고, 국가공무원법상 품위유지 의무를 심각하게 위반함으로써 최고 수위의 중징계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강조했다.
발언 내용이 보도된 직후 대기발령 조치를 받고 고향에 내려가 있던 나 전 기획관은 이날 세종시 교육부 청사 감사관실에 나와 조사를 받았다.
교육부는 감사관실 조사를 조속히 마무리한 뒤 13일 중으로 중앙징계위원회에 나 전 기획관에 대한 파면을 요구할 계획이다. 고위공무원에 대한 징계는 인사혁신처 중앙징계위원회가 결정하게 돼 있기 때문이다.
파면 요구와 동시에 나 전 기획관에 대해 직위해제 처분도 할 예정이다.
교육부가 이처럼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그것도 파면이라는 최고 수위 징계를 요구키로 한 것은 사태의 심각성이 그만큼 크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취중 실언으로 치부하기에는 발언의 충격파가 워낙 큰 탓에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중심으로 분노 여론이 가라앉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더구나 나 전 기획관 외에 최근 윤병세 외교부 장관의 백화점 옷 수선 논란 등 최근 공직자들의 부적절한 언행이 잇달아 도마 위에 오르면서 이번사태는 공무원 개인에 대한 비난 차원을 넘어 공직 사회 전체에 대한 불신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교육부가 자칫 조치에 미적대거나 제 식구 감싸기를 하는 듯한 모습을 보일 경우 여론 악화로 걷잡을수 없는 상황으로 갈수도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교육부 직원들도 예상치 못한 이번 사태에 충격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교육부와 산하·관련기관 직원들이 뇌물수수나 성비위 등으로 중징계받은 사례는 종종 있었지만 발언 내용이 문제가 돼 파면 조치를 당한 것도 전례를 찾기 힘든 일이다.
특히 이준식 부총리까지 취임 6개월여 만에 사퇴 압박을 받는 엄중한 상황에 내몰리게 되자 교육부 직원들은 사태의 파장이 어디까지 미칠지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실제 이 부총리는 11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 “교육부 장관이 책임지고 물러나야 한다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자 “저도 그 부분(사퇴)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정 역사교과서 발행, 누리과정 예산 협의, 유보통합 추진 등 하반기에 가시화될 주요 정책들에까지 여파가 미쳐 정책 추진 동력을 잃을까 우려하는 분위기도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나 기획관이 공직자로서 결코 해서는 안 될 발언을 했다”면서도 “평소 스타일로 봤을 때 전혀 예상치 못했던 발언이어서 직원들도 전부 충격을 받은 상태”라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당연히 옳지 못한 발언이었다. 그렇게 생각하는 공직자는 없을 것”이라며 “그동안 우리 부에서 발언으로 징계까지 받은 사례는 없었는데 참담하다”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