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과 상위권 의대 지원 전략 ‘흔들’
2016학년도 대입 정시모집에 지원하는 자연계(이과) 수험생은 자신이 선택한 수능 과학탐구 영역 과목의 유불리를 잘 따져봐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과탐의 난이도 조절 실패로 선택 과목 간 표준점수의 격차가 지난해에 비해 2배 이상으로 커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과탐 과목의 응시 조합이 수험생의 운명을 가를 가능성도 높아졌다. 입시업계는 특히 최상위권인 의과대학 지원자가 더 많은 영향을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수능성적표 받은 수험생 “어느 대학 갈 수 있을까”
201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표가 수험생들에게 배부된 2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여고에서 학생들이 정시지원 배치 참고표를 들여다보고 있다. 정시모집 원서접수는 이달 24일부터 30일까지 일주일 동안 진행된다.
정연호 기자 tpgod@seoul.co.kr
정연호 기자 tpgod@seoul.co.kr
지난해 과탐 선택과목 표준점수가 가장 높았던 과목은 생명과학Ⅱ(73점)였고, 가장 낮은 과목은 물리Ⅱ(67점)였다. 하지만 올해는 과탐 선택 8개 과목 중Ⅰ과 Ⅱ의 표준점수 격차가 확연했다. 물리, 화학, 생명과학, 지구과학의 Ⅰ과목 표준점수 최고점은 각각 72, 67, 76, 72점인 반면 Ⅱ과목 표준점수 최고점은 각각 63, 68, 65, 64점으로 나타났다. 똑같이 원점수 만점을 받더라도 생명과학Ⅰ을 선택한 수험생의 표준점수가 물리Ⅱ의 만점자보다 13점이나 높은 것이다.
실제 이투스교육이 이날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전통적으로 의대 가운데 가장 높았던 서울대 의대의 커트라인은 526점으로 연세대(531점)와 성균관대(528점) 의예과보다 낮게 나왔다. 이종서 이투스청솔 교육평가연구소장은 “무조건 서울대 의예과 커트라인을 최고로 잡는 관례가 수험생에게 혼선을 줄 수 있어 현실을 반영했다”고 말했다.
오종운 종로학원하늘교육 평가이사는 “과탐Ⅰ+Ⅱ조합으로 응시했다가 자칫 서울대에 떨어지면 다른 대학 입시에서 Ⅰ+Ⅰ조합 응시자에게 밀리는 왜곡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과탐만큼은 아니지만 인문계(문과) 수험생이 선택하는 사회탐구영역 역시 지난해보다 과목 간 표준점수의 차가 커졌다. 지난해 4점이었던 표준점수 최고점 격차가 올해 6점으로 벌어진 것이다. 이 역시 문과 최상위권 학생들의 정시 지원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일부 대학에서 탐구 1개 과목과 대체가 가능한 제2외국어·한문 영역에서도 아랍어Ⅰ과 불어Ⅰ의 표준점수 최고점 차이가 무려 35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랍어Ⅰ의 표준점수 최고점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100점이었지만, 불어Ⅰ은 65점에 불과했다.
장형우 기자 zangzak@seoul.co.kr
[용어 클릭]
■표준점수 해당 수험생의 성적이 전체 응시자 가운데 표준에서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지를 나타낸다. 문항에 따라 배점이 달라 같은 영역에서 원점수가 같아도 표준점수는 달라진다.
2015-12-03 10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