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 위 발 내리라 했다가 의자로 맞고 아들이 맞았다고 부모에게 축제 중 멱살
한 고교 화학 교사 A씨는 지난해 9월 일을 생각하면 지금도 잠을 이룰 수 없다. 학생에게 주의를 줬다가 “죽고 싶으냐”는 협박을 받고 폭행까지 당했기 때문이다. 당시 A씨는 실험 실습 시간에 이모(17)군이 실험대 위에 발을 올려놓고 다른 학생과 시끄럽게 떠드는 모습을 보고 “바른 자세로 수업 들어야지”라고 주의를 줬다. 하지만 이군은 되레 A씨를 쳐다보더니 “졸라 깝치네!”라면서 다른 발까지 실험대에 올려놨다. 그러면서 “때린다고요. 맞아 볼래? 조심하라고요”라고 협박하더니 급기야 의자를 A씨에게 집어던졌다. A씨가 의자에 귀와 머리를 맞았고, 주변의 다른 학생은 머리 부분이 찢어지기까지 했다. 학교는 이군에게 전학 조치를 취했다. A씨는 공무상 병가 중이다.초등학교 3학년 담임교사 B씨는 2013년 교사를 그만둘까 생각했다. 그해 5월 한 학부모가 “우리 아들이 맞았다”며 찾아와 난동을 피웠을 때 받았던 마음의 상처 때문이다. 이 학부모는 당시 축제를 준비하던 학교 운동장으로 와 아들을 때린 가해 학생을 찾아 멱살을 잡고 “야! 이 XXX야”라며 욕설을 퍼부었다. 담임교사인 B씨가 이를 제지하자 “우리 애가 다른 애한테 맞았는데 할아버지한테만 말하면 끝이야? 이 XX년아, 뭐 이런 X이 다 있어?”라며 B씨에게 심한 욕설을 퍼부었다. 교감까지 나서서 “말씀이 지나치시다. 진정하시라”고 했지만 해당 학부모는 거듭 “학교에서 뭐 하는 거냐? 어떻게 저런 X을 선생으로 뽑았냐?”며 거칠게 몰아붙였다. 결국 학부모가 뒤늦게 ‘술에 취해 그랬다’며 일주일 뒤 교사에게 사과하고 전체 학생과 교직원에게 서면으로 사과했다.
12일 교육부에 따르면 교단을 위협하는 교권 침해 사례가 해마다 급증하고 있다. 2011~2013년 학생과 학부모에 의한 교권 침해는 교육부 집계로만 1만 8334건에 이른다. 2014년 6000건 이상으로 추정되며 매해 5000건이 넘는다는 게 교육계의 추산이다.
김동석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대변인은 “교육부 집계는 학생부에 기재된 것만 기준으로 하고 있으며 교총 교권상담센터 등에 접수되는 실제 사례까지 합하면 훨씬 더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과 교총은 이날 심각해지는 교권 침해를 막고자 손을 잡았다. 시교육청은 올해 2억 2000만원을 배정해 교권보호지원센터를 교육지원청에 확대 운영하고 교권법률지원단을 통해 법률 상담 서비스를 제공한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2015-02-13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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