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학년도 인문 논술 대비
‘교과서에 나오는 지문을 중심으로’, ‘EBS 교재의 지문 일부를 발췌해’, ‘고교 과정을 충실히 학습한 수험생이라면 충분히 해결 가능’ 등등.수시 논술시험은 대학이 출제하는 유형과 트렌드에 익숙하지 않을 경우 무척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 사진은 지난달 23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에서 치러진 2015학년도 수시 논술시험을 보는 수험생들의 모습.
대학들이 입학처 홈페이지에 인문계열 수시전형 논술고사 출제 경향을 설명할 때 어김없이 등장하는 문구들이다. 표현은 제각각이지만 요약하자면 쉽게 출제한다는 말이다.
그러나 실제 논술 시험을 치르고 나온 수험생들의 이야기는 다르다. 다 쓰긴 했지만 논제의 요구를 제대로 이해하기 어려웠다는 반응에서부터 절반도 제대로 쓰지 못하고 나왔다는 학생들까지, 쉬웠다는 수험생은 찾아보기가 어렵다.
왜 그럴까. 대학이 주로 출제하는 유형에 대한 대비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학들이 논술 문제에 활용하는 제시문을 교과서나 EBS 교재에서 가져오기 때문에 수험생 입장에서 각각의 제시문을 읽고 이해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하지만 논제는 사회, 문화, 예술, 경제, 정치, 문학 등 각기 다른 분야의 제시문 내용을 이해한 뒤 추론하고 연결해 서술할 것을 요구한다. 제시문의 단순 이해를 넘어서는 일반화와 개념화를 통해 각각의 내용을 비교하고 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하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이 같은 유형에 대한 연습이 돼 있지 않으면 제시문을 고등학교 교과서가 아니라 초등학교 및 중학교 교과서에서 가져온다고 해도 수험생들은 답안을 작성하기가 쉽지 않다. 또 제시문이 쉬워졌기 때문에 정작 수험생들에게 요구되는 답안의 완성도는 역설적으로 높아졌다.
오종운 이투스청솔 교육평가연구소 평가이사는 “교과서나 EBS 교재 지문을 활용하기 때문에 학생들이 평이하다고 느낄 수 있다”면서도 “어디까지나 상대평가이기 때문에 답안에서 요구되는 논제 제시 사항에 대한 완성도가 높아야 한다”고 분석했다. 또 “지문이 어려울 때는 논제 요구 사항의 흐름만 제대로 잡아도 잘 쓴 답안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반면, 최근에는 논제 요구 사항의 1~2가지만 누락해도 좋은 점수를 얻기 어려워졌다”고 설명했다.
결국 해결책은 각 대학이 매년 출제하는 논술 유형에 맞춰 완성도 높은 답안을 작성할 수 있도록 대비하는 것이다. 그런데 수험생 입장에서는 이것도 쉽지 않다. 왜냐하면 수시 지원 기회 6번 가운데 2~3번을 학생부 종합이나 교과로 쓴다고 해도 최소한 3~4개 대학의 논술 출제 유형을 이해하고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각 대학의 출제 유형은 내용 요약, 비교, 비판, 적용 설명, 문제 해결 등 일정한 패턴으로 묶을 수 있다. 차분히 전략을 세워 준비하면 충분히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는 게 입시 전문가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정재용 프로세스 논술 연구팀장은 “연세대, 고려대, 성균관대 등은 제시문 자체에 대한 이해보다는 이를 바탕으로 추론적 사고를 전개해 활용하는 능력을 강조하는 추세”라면서 “전통적 빈출 유형인 비교, 비판, 평가에 더해 적용 설명, 문제 해결 유형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짧은 제시문을 읽고 길게 풀어 설명하는 연습, 여러 제시문 간의 상호관계를 고려해 하나로 연결하고 이를 요약하는 연습을 꾸준히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 팀장은 “겨울방학과 1학기에는 여러 대학의 문제 유형별로 연습을 하는 시기”라며 “각 학교 출제 유형을 가늠할 수 있는 모의고사 이후인 여름방학부터는 목표 대학의 기출문제를 집중적으로 훈련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장형우 기자 zangzak@seoul.co.kr
2014-12-02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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