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고 취소 1년 유보해도 논란은 여전

자사고 취소 1년 유보해도 논란은 여전

입력 2014-07-25 00:00
수정 2014-07-25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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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평가 정당성·지정기간 연장·선발권 박탈 등 쟁점될 듯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자율형 사립고 폐지 정책에서 ‘2016학년도 재지정 취소’로 한 발 물러나는 유연한 입장을 밝혔으나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25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 서울특별시교육청에서 열린 자사고전환 관련 기자간담회에 참석하기 위해 기자실로 들어서고 있는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과 자사고 폐지 반대 운동을 하고 있는 자사고학부모연합회의 모습. 서울신문
25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 서울특별시교육청에서 열린 자사고전환 관련 기자간담회에 참석하기 위해 기자실로 들어서고 있는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과 자사고 폐지 반대 운동을 하고 있는 자사고학부모연합회의 모습.
서울신문
전임 교육감 시절 평가가 마무리된 상황에서 과연 재평가를 하는 것이 정당한지, 재지정 시기가 2015년 2월 말로 끝나는 자사고에 기간을 1년 연장해주는 것이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지, 교육감이 자사고의 입학전형을 변경할 권한이 있는지 등이 쟁점이다.

◇ 새 교육감 취임 후 재평가 정당성 논란 = 서울시교육청은 25일 올해 예정된 자사고 14개교에 대한 평가를 8월 말까지 ‘종합평가’ 형식으로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6월 실시한 운영성과 평가가 문제가 있는 학교를 걸러내는 데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 조 교육감 취임 이후 ‘공교육 영향 평가’를 새롭게 실시한 바 있다.

하지만 공교육 영향평가 지표의 타당성 문제가 불거지고 급박한 평가 일정까지 겹치자 재지정 여부를 1년 미루면서 다시 평가를 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문제는 공교육 영향 평가이든, ‘종합 평가’ 형식이든 한번 마무리된 평가를 다시 할 수 있느냐이다.

문용린 교육감 시절인 6월 말 이른바 ‘1차 평가’에서 평가 대상 자사고 14개교가 모두 합격선을 넘었는데 특별한 여건 변화없이 재평가를 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이는 서울시내 자사고가 극렬히 반발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설령 법적으로 가능하다 하더라도 일정이 급박한 측면이 있다. 평가가 어떤 방식으로 진행될지 공개되지 않은 상황에서 8월에 평가해 10월에 결론을 내리는 것은 재지정이 취소될 수 있는 자사고 입장에서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정이다.

보수 성향의 시민단체인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모임’은 “자사고를 평가하기 전에 학교가 평가를 준비할 수 있도록 시간적 여유를 주었는가”라며 “적합한 평가기준과 평가지표를 개발해 최소 6개월∼1년 전에 자사고가 평가준비 할 시간을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준순 서울시교육청 교육정책국장은 “평가 지표를 추가해 재평가할 수 있는지에 대한 법률 자문 결과 추가지표를 구성해 재평가를 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왔다”며 “처음 실시한 평가이고 평가가 종료되거나 결과를 발표한 후가 아니었기 때문에 얼마든지 재평가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평가지표를 추가해 재평가하려는 조 교육감의 입장에도 설득력이 있다. 문 교육감 시절 자사고 평가가 분명 ‘느슨하게’ 진행된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서울의 자사고 25곳 중 22개교가 2014학년도 신입생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교육부의 평가기준을 바탕으로 평가 대상 자사고 14개교를 평가한 결과 9개교가 3가지 이상 기준에 미달한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평가를 ‘깐깐하게’ 시행했다면 적어도 서너 개교 이상 탈락 학교가 나왔을 것이라고 추정할 수 있다.

서울 자사고 14개교가 모두 합격점은 받은 것은 경기도의 유명 자사고인 안산 동산고가 이번 자사고 평가에서 기준점 이하 점수를 받은 것과 대비된다.

◇ 자사고 지정기간 1년 ‘무단 연장’ 논란 = 조 교육감이 일종의 타협책으로 재지정 취소 결정을 1년 미룬 부분도 법적인 다툼의 여지가 있다.

평가 대상 자사고 14개교는 2010년 3월 문을 연 학교로 자사고 지정 기간이 2015년 2월까지다.

2015년 3월, 즉 2015학년도부터 현행 자사고가 자사고로 운영할지, 일반고로 전환할지가 올해 결정돼야 한다.

하지만 조 교육감은 “2015학년도 입학전형은 당초 계획대로 변동 없이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14개교에 대해 지정 기간인 5년을 초과해 1년 더 자사고의 지위를 유지하겠다는 뜻이다.

엄밀하게 보면 조 교육감이 자사고 14개교에 대해 아무런 평가 근거 없이 운영기간을 1년 연장해 준 셈이다.

서울교육청은 “법에서 5년마다 평가를 하게 돼 있으므로 법적 문제가 없다는 법률 자문을 받았다”고 설명하고 있으나 달리 볼 여지가 충분하다.

특히 자사고 입장에서는 재지정 평가의 1년 유보를 ‘1차 평가’에서 합격해 지정이 연장된 것으로 간주하고서 재평가에 따른 재지정 취소가 부당하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 자사고 면접 선발권 박탈 가능할까 = 2016학년도부터 모든 자사고 입시 전형에서 면접을 없애고 전원 성적 제한 없이 추첨에 의해 선발하겠다고 한 점도 갈등의 불씨다.

우선 조 교육감도 ‘교육부와 협의해 추진하겠다’고 단서를 달기는 했지만 자사고 입시 전형은 교육감 권한 밖의 일이다.

교육부령인 ‘자율형 사립고등학교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규칙’에서 서울 외 지역의 자사고는 입학전형을 학교장이 정하고, 서울 지역 자사고는 지원자 추첨과 면접으로 학생을 선발하도록 돼 있다.

교육부령 개정 없이 조 교육감이 자사고의 면접 선발권을 없앨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된다.

설령 개정 없이 가능하다고 하거나 교육부가 개정에 동의하더라도 자사고가 이를 수용할지도 미지수다.

조 교육감이 제시한 ‘성적 제한 없는 추첨’ 방식이 지난해 교육부가 내놓았다가 자사고와 학부모의 거센 반발에 포기했던 ‘카드’이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지난해 일반고 황폐화의 주범을 자사고로 보고 일반고 교육역량 강화 방안으로 자사고 선발 방식을 ‘중학교 내신성적 제한 없는 선지원 후추첨’으로 바꾸려 했다.

하지만 공청회마다 자사고 학부모들이 몰려와 항의하고 대규모 규탄 집회를 여는 등 강하게 반발하자 교육부는 현재 입학전형 방식인 ‘추첨으로 1.5배수 선발 후 면접’으로 물러섰다.

교육부 관계자는 “서울시교육청에서 공식적으로 협의해오면 법령에 따라 검토하겠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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