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고 취소 2016학년도로 ‘일보 후퇴’ 배경은

자사고 취소 2016학년도로 ‘일보 후퇴’ 배경은

입력 2014-07-25 00:00
수정 2014-07-25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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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촉박·자발적 일반고 전환 유도·교육부 관계도 고려한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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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24일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조 교육감은 올해 재지정 평가 대상인 시내 14개 자율형 사립고 중 평가 결과가 저조한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 시점을 2016학년도로 넘기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연합뉴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24일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조 교육감은 올해 재지정 평가 대상인 시내 14개 자율형 사립고 중 평가 결과가 저조한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 시점을 2016학년도로 넘기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연합뉴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자율형 사립고 폐지 정책에서 시기적으로 한 발짝 물러나 ‘2016학년도 재지정 취소’ 카드를 꺼내 들었다.

물리적으로 촉박한 시간에 따른 혼란, 자사고와 학부모들의 반발, 자사고 측에 대한 일반고 전환 기회 및 재량권 부여, 교육부와의 의견 조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정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자사고 지정 취소가 2015학년도부터 시행되기에는 시간이 부족하고 강행할 경우 반발을 이겨내기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이 작용했다.

현재 중학교 3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2015학년도 자사고 신입생 모집요강이 기한인 8월 14일까지 확정돼 공고되려면 자사고 재지정 여부는 늦어도 이달 말까지는 결정돼야 한다.

그러나 자사고 지정을 취소하려면 청문 절차를 거쳐야 하고 청문 열흘 전에는 청문 사실을 해당 자사고에 알려야 하는 것을 고려한다면 연내 지정 취소는 무리한 일정일 수 있다.

’자사고들의 자발적인 일반고 전환을 유도한다’는 원칙도 배려했다.

이를 위해 시교육청은 오는 9월 중순까지 자사고들의 자진 취소 신청을 받는다.

미흡한 평가를 받아 강제로 재지정이 취소되는 불명예를 피해 자사고들이 자발적으로 일반고로 전환할 기회를 준다는 차원이다.

조 교육감은 “한번 문제가 있는 자사고가 되면 낙인이 찍히게 되는데 그러기 전에 학생 충원에 애로를 겪는 학교의 경우 교육청과 협의하면서 자발적 전환을 하면 어떻겠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2016학년도에 자사고 재지정 취소를 시행한다면 자사고 평가 기한은 내년 2월 말이 된다.

자사고는 5년 단위 성과를 평가하는 것이 원칙임에도 이달 말까지 자사고 재지정 평가를 서둘러 진행한 것은 현재 중학교 3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한 신입생 선발 절차를 고려해 평가 기한을 앞당겼을 뿐이다.

원칙대로 하면 2010년 3월 개교한 자사고 평가를 내년 2월 말까지 하면 된다. 명분도 전혀 훼손되지 않는다.

시교육청은 14개 자사고에 대해 오는 8월 말까지 ‘종합평가’ 형식으로 재평가를 진행한 뒤 청문 및 교육부 협의를 거쳐 10월 말 최종 결과를 발표한다는 복안이다.

조 교육감이 취임한 뒤 교육청이 재평가를 위해 마련한 공교육 영향 평가 설문이 급조돼 부실하다는 비판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전임 문용린 교육감 시절 이뤄졌던 재지정 평가에서 14개교가 모두 합격점을 받은 것이 분명히 문제가 있었고, 이를 시정하기 위해 다급히 재평가 기준을 설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조 교육감 측은 강조해왔다.

그간 시내 자사고들에 대한 감사 결과를 보면 회계 부정으로 중징계를 받은 학교, 교육 과정 운영 부정으로 징계를 받는 등 운영상 문제가 있는 학교 등이 있었음에도 이런 내용을 평가에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시교육청 측은 “기존의 평가만으로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91조3의 ④항에서 규정된 자사고 직권 취소 해당 사항인 회계 부정, 입시 부정, 교육과정 부당 운영 등 문제가 있는 학교조차 걸러낼 수 없는 한계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주변 일반고 학생들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 결과로 단기간에 재지정 평가 결과를 내놓고 이를 토대로 재지정 취소가 이뤄진다면 재지정 취소 가처분 소송 등 향후 자사고들이 제기할 것으로 보이는 소송에서도 승소를 장담할 수 없다.

현재 서울지역 자사고들 중에는 신입생 정원을 못 채워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 학교들이 적지 않다. 서울의 자사고 25곳 중 22개교가 2014학년도 신입생 정원을 못 채웠다.

지금은 25개 자사고가 ‘자사고 폐지 반대’라는 한목소리에 묶여 있지만, 그중 상당수 학교는 내심 일반고 전환을 반길 것으로 시교육청이 예상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향후 각종 교육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적지않은 갈등과 마찰이 불가피한 교육부와 자사고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충돌을 최소화하려는 전략도 감지된다.

자사고 지정 취소 권한의 경우 교육청은 “최종 권한이 교육감에 있다”고 보고 있는 반면, 교육부는 “미리 교육부 장관과 협의해야 한다”는 단서를 내세우고 있다.

교육부가 “자사고 연내 지정 취소가 불가능하다”는 의견을 내놓은 상황에서 시교육청으로서는 처음부터 교육부와 대립각을 세울 필요가 없다는 판단을 했을 수 있다.

더욱이 조 교육감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법외노조화와 관련, 내달 1일로 다가온 교육부의 미복귀 전임자 직권면직 조치 기한을 앞두고 “직권면직을 비롯한 특별한 조치를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교육부와의 충돌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전교조 문제를 놓고 일정 수준의 피해를 짊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자사고 문제는 일단 여유를 두고 차근차근 해나가자는 전략적 결정으로 풀이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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