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 두려움, 공포가 공존”…참사로 트라우마 겪는 승무원·조종사

“분노, 두려움, 공포가 공존”…참사로 트라우마 겪는 승무원·조종사

김우진 기자
김우진 기자
입력 2025-01-07 17:16
수정 2025-01-07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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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 타기 전 덜컥 두려워”
참사 열흘째 항공업계 트라우마 여전
전문가 “빠른 사고 규명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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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열흘째인 7일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사고 현장에서 조계종 스님들이 희생자의 극락왕생을 염원하는 기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열흘째인 7일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사고 현장에서 조계종 스님들이 희생자의 극락왕생을 염원하는 기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참사가 발생한 지 일주일이 훌쩍 지났지만 참사가 남긴 상흔은 여전히 아물지 않고 있다. 특히 참사 이후에도 매일 비행기에 몸을 실어야 하는 조종사와 승무원 등 항공업계 종사자들의 ‘나도 희생자가 될 수 있다’는 집단 트라우마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퇴사를 결심하는 일부 승무원들도 있다.

여객기 안전을 책임지는 조종사들은 충격을 넘어 회의감과 분노에 휩싸인 상태다. 15년째 한 항공사에서 조종사로 일하고 있는 정모(46)씨는 “무안공항은 활주로가 짧고, 새가 많아 가기 꺼려지는 공항이었다”며 “어려운 상황에서도 사고기 조종사는 최선을 다했지만 결국 아무도 살리지 못했다. 그런 일이 닥칠까 무섭고 두렵다”고 말했다. 정씨는 이번 참사 이후 조종사라는 직업에 회의를 느껴 퇴사할 마음을 굳혔다.

조종사를 꿈꾸고 있는 이들도 참사 이후 “이 길이 정말 맞는 길인가”라는 의문과 함께 불안감을 느낀다고 했다. 고등학생 나모(17)씨는 “동체착륙 이후 벽과 빠르게 가까워지는 사고기의 모습을 영상으로 봤다”며 “끝까지 조종간을 잡고 있었을 기장과 부기장이 안타까웠고 내가 과연 그런 일을 할 수 있을까 다시 고민하게 됐다”고 전했다. 군 정비사로 재직하다 민간 항공사로 이직을 준비 중인 최모(24)씨도 “사고가 나면 어떤 이유로든 책임을 져야 할 텐데 이 직업을 택하는 게 맞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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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사고 현장 울타리에 놓인 조화와 물품이 흰 눈에 덮여 있다. 연합뉴스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사고 현장 울타리에 놓인 조화와 물품이 흰 눈에 덮여 있다. 연합뉴스


승무원들도 고통을 호소했다. 2년째 승무원으로 일하고 있는 정모(26)씨는 “근무 전 동료들과 고인들을 위해 묵념하는 시간을 갖고 일을 시작한다”며 “괜찮아졌나 싶다가도 막상 비행기에 오르면 갑자기 공포를 느낄 때가 있다”고 말했다. 외국 항공사 승무원으로 일하는 원모(28)씨는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비행 전후로 가족들에게 연락하는 습관이 생겼다”고 전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항공업계 종사자들은 특히 나에게도 벌어질 수 있는 일이라는 두려움과 무력감에 시달릴 수 있다”며 “사고 원인 규명과 함께 동일·유사 직종에 종사하는 이들에 대한 세심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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