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그램. 2024.11.23 AFP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난 3일 시민들 사이에서 불안감이 확산하며 계엄령 최종 해제 선언이 나온 다음날까지 이틀에 걸쳐 ‘텔레그램’ 신규 설치가 4배나 급증한 것으로 알려졌다.
10일 아이지에이웍스의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계엄령이 선포된 지난 3일 텔레그램의 신규 설치 건수는 4만 576건으로 메신저 업종 당일 전체 신규 설치의 절반 가까운 47.09%를 차지했다. 전날 신규 설치 건수가 9016건인 것과 비교하면 4배 넘는 증가세다.
텔레그램 신규 설치는 계엄 정국이 오전까지 지속된 다음날에도 3만 3033건에 달했다. 이어 5일과 6일에도 1만건 넘는 신규 설치를 이어가며 메신저 분야 1위를 유지했다. 이는 국내에서 한동안 주춤했던 텔레그램 이용 추세와 선명한 대조를 보이는 수치다.
지난달의 경우 메신저 업종 신규 설치 1위는 네이버 라인으로, 텔레그램은 4위에 그쳤다. 지난 10월과 9월에도 라인이 신규 설치 1위 자리를 지켰으며, 텔레그램은 3위로 카카오톡의 뒤를 이었다.
실제 계엄령이 선포된 직후 네이버와 카카오의 포털 다음에 모두 트래픽이 몰려 접속 불안 현상을 빚으며 소셜미디어(SNS) 상에서는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텔레그램을 새로 설치했다는 메시지가 다수 올라왔다.
특히 통신 검열 등 최악의 사태를 대비해야 한다는 각종 괴담까지 나돌며 ‘디지털 망명’ 분위기에 불을 지폈다. 앱스토어 등 인기 차트에서 50위권이던 텔레그램은 계엄 선포 직후 삽시간에 3위까지 치솟기도 했다.
지난 2013년 8월에 출시한 텔레그램은 송신자 기기(휴대전화 등)에서 메시지가 즉시 암호화되고 서버를 거쳐 수신자 기기에 도착하면 이때 복호화되는 기술인 종단간 암호화 기술 기반 비밀 대화 서비스로 많은 사용자를 모았다. 메시지 송신과 수신까지 이어지는 경로(서버)를 수색해도 해독할 수 없다는 뜻이다.
‘반(反)검열’을 중시한 텔레그램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인 파벨 두로프의 전략에 텔레그램은 비밀 대화가 필요한 소통 창구 대명사로 떠올랐다. 텔레그램은 홍콩 민주화 시위 등 세계 각지에서 민주화운동이 진행되는데 전문 메신저로 쓰이기도 했다.
그러나 뛰어난 보안성은 ‘익명 범죄 온상’이라는 오명을 만드는 계기가 됐다. 익명성이 보장되고 수사망에도 피할 수 있어 마약 밀매, 성 착취 영상물 유포 등 범죄 가해자 대부분은 소통 창구로 텔레그램을 이용했다. 한국에서도 ‘N번방’과 같은 성 착취물 제작·유통 사건 등 대형 범죄 온상으로 지적받았다.
지난 7일에는 계엄 핵심 당사자인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검찰 자진 출두를 앞두고 텔레그램을 탈퇴한 뒤 새로 가입한 정황이 드러나, 기존 대화 내용을 삭제하고 증거 인멸을 시도한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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